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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경영권 다툼 장기화 전망

입력 | 2024-10-23 20:47:00

40여 일 만 고려아연 공개매수 경쟁 마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추진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일인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모니터를 통해 고려아연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가운데 최 회장 측은 이날까지 공개매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2024.10.23/뉴스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됐다. 이로써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경쟁이 40여 일 만에 모두 끝났다. 어느 쪽도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과반을 점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영권 다툼은 ‘장내 추가 매수·임시주총 의결권 대결’로 이어지며 장기화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달 4일부터 20일간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날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3% 오른 8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 회장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89만 원)를 살짝 밑돈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주주가 시가보다 비싸게 사준다는 최 회장 측 공개매수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결과를 이날 곧바로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 매집 목표였던 지분 20%를 달성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이미 끝난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에서 5.34%가 몰린 탓에 시장에 남아 있는 유통 주식이 18%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에 대한 결과를 25~28일쯤 공시를 통해 공개할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왼쪽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뉴스1

양쪽 진영은 모두 의결권 있는 주식을 50% 이상 확보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최 회장 측은 매집 목표로 내세운 지분 20% 중 17.5%를 자사주로 취득할 계획이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나머지 2.5%는 최 회장 측의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나선 물량이다. 기존에 지분 33.99% 확보했던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털을 통해 지분을 약 2% 추가한다고 하더라도 의결권 있는 주식 지분은 약 36%대에 머문다.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지분율인 38.47%에 미세하게 뒤처지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이 향후 자사주 소각에 나서 전체 주식 숫자를 줄이더라도 양측 진영은 의결권 있는 주식 지분이 각각 4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된다.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양쪽 진영은 남은 물량을 놓고 장내 매수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자사주 2.4% 중 일부를 우호 세력에 매각해 의결권 있는 지분을 늘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자동차, LG화학, 한화그룹 등 그간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분류됐던 ‘집토끼’들이 혹시나 이탈하지 않도록 단속도 필요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주식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21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내부에 층별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4.10.21. [서울=뉴시스]

또한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측은 23일 영풍-MBK 연합의 1·2차 가처분 신청이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종에 해당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영풍-MBK 연합 측도 ‘최 회장 측이 고가의 자사주 취득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통지했다는 사실을 공시보다 앞서 언론에 알리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았다’며 자신들도 이미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같은 날 알렸다.

영풍-MBK 연합 측에서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명 중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로 구성됐다. 미세하지만 보유 지분율에서 앞서는 영풍-MBK 연합 측이 우군 이사진을 대거 합류시켜 이사회를 장악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회장 측에서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 자체를 거부하면 다툼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