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더 세게 개입” 발언 후 은행들 연일 가계대출 강력 조치 설익은 대출규제로 시장 더 왜곡 현장 혼란 커지며 소비자들 피해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 3개월(7∼9월)간 21차례나 여신심사 규정을 강화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자 금리 인상 카드를 쓰던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비판에 금리를 올리는 대신 대출 규정을 앞다퉈 강화한 결과다. ‘자율 규제’라지만 갑작스레 쏟아진 대출 규제에 은행 창구는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지금도 대출 현장에서는 당국의 개입으로 언제 또 대출 규정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 원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당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시장 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개입 취지 자체는 정당하다고 항변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이 원장은 적극적인 조치로 시장이 진정됐다고 평가하면서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없었다”며 “한두 달 이후부터 다수의 차주에게 수조 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당국의 날 선 발언에 설익은 대출 규제가 ‘소나기’식으로 쏟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간에 거칠게 개입이 들어오니 서둘러 정책을 만들게 됐고 결국 현장 혼란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오늘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권 가계대출 자율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등을 점검했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 수요가 보험·상호금융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회사들이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자제령을 내린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풍선효과가 커지는 것에 대비해 다양한 관리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