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좀 자게 해 달라”는 대성동 주민 말에 김동연 “‘방음 새시’ 설치” 지시

캠프 그리브스 간담회에서 지시
마음안심버스·주민쉼터도 설치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전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기도 제공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제발 사람답게 평범한 일상을 원합니다.”

“시간 끌지 말고, 당장 내일이라도 방음창과 방음 새시(창틀) 공사를 해서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세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파주에 있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그리브스에서 대성동 마을 주민과 간담회 도중 피해 상황을 직접 듣고는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대성동 마을은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최북단 마을로, 전체 51가구가 살고 있는데, 최근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

김 지사는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에게 “파주시청에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상주하면서 특별사법경찰관들을 진두지휘하고, 오늘처럼 현장에서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대성초등학교에 대한 방음 새시 등의 지원 방안도 경기교육청과 협의하도록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전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피해지역을 살펴 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그동안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북한 측의 대남 소음방송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날도 한 주민은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쾅’ 소리와 굉음, 짐승 소리에 시달리며 고문을 받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동구 이장도 “방음 새시를 설치하면 생활 소음 이하인 30dB 정도(현재는 80dB 안팎)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건강검진 차량과 심리상담 마음안심버스 2대를 바로 투입해 주민들의 트라우마와 난청 등을 치유하고 경기미래교육파주캠퍼스(탄현면)에 주민 쉼터와 임시 숙소도 마련하도록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3일 오전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대남 확성기 소음피해 주민 긴급현장 간담회 뒤 주민들과 피해지역을 살펴 보고 있다. 경기도 제공

간담회에 함께 한 민통선 지역의 장단면 통일촌과 해마루촌 주민들도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북한 포병사단의 사격 준비 태세로 굉장한 불안감을 느낀다”라며 강력한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이달 15일 접경 지역의 일부를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미리 차단하고 있다. 경기도가 정한 위험구역 설정 및 대북 전단 살포 행위 금지 행정명령 대상지는 파주시‧김포시‧연천군 3개 시군 11곳이다.

위험구역 안에서는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 출입 통제 △대북 전단 등 관련 물품 준비‧운반‧살포 및 사용 등을 할 수 없다. 위반할 때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파주시도 “최근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의 오물 풍선, 대남확성기 소음 공격으로 이어져 접경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경기도 특사경과 공조해 대북 전단을 날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대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