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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들인 에틸렌 생산 설비 착착… “신기술로 中 저가공세 깬다”

입력 | 2024-10-24 03:00:00

에쓰오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 현장
26만평 대지에 3200t 거대설비
2026년 완공, 에틸렌 180만t 생산
“탄소저감 기술 적용에도 힘쓸 것”



에쓰오일은 14조 원 이상이 투입된 사상 최대 석유화학 사업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22일 기자단에 공개했다. 울산 울주군의 현장에서는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80만 t 생산할 수 있는 ‘스팀 크래커’를 비롯해 다양한 대형 설비가 구축되고 있다. 에쓰오일 제공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가로 10m, 높이 40m, 무게 3200t에 달하는 거대한 설비시설 8기가 88만1000m²(약 26만6000평)의 광활한 대지에 우뚝 서 있었다. 이 시설은 거대한 레고처럼 여러 모듈 형태로 조립되고 있었다.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가 될 설비들이다. 2026년 완공되면 67m 높이로 총 10기에서 에틸렌 180만 t을 생산할 수 있다. 2026년 해당 시설이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단숨에 에틸렌 생산 능력 국내 4위로 올라서게 된다.

에쓰오일은 14조 원 이상이 투입된 국내 최대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해 3월 기공식 이후 일반에 현장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현장 관계자는 “기공식 당시 천막과 차량밖에 없던 허허벌판의 대지가 1년 7개월여 만에 공정 4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라는 뜻으로, 신사업으로 비상(飛上)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제품 밀어내기’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 속에서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에쓰오일은 ‘신기술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기 돌파 전략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신기술은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개발해 에쓰오일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TC2C’ 장비다. 에틸렌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에서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와 같은 원료 추출이 필요한데, 일반적인 설비로는 나프타 생산 수율이 낮아 다양한 대형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TC2C는 다양한 대형 설비를 하나로 ‘압축’해 놓은 시설이다.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용 유분의 수율을 70% 이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울산 현장의 정동건 프로젝트 구매·관리·조정부문장은 “TC2C는 다른 국내 톱티어 시설보다 (투입되는) 에너지 집약도가 낮다”고 밝혔다. 에너지 효율적으로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발 저가 범용 제품의 시장 공세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기술로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공장 운영 효율성까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 에쓰오일 측의 설명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원유의 자체 조달이 가능해 석유화학 사업에서 원가 구조상 유리하다. 각종 신기술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및 탈탄소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최초 설계 단계보다 탄소 배출량을 약 20%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했다”며 “신규 설비의 에너지 효율, 탄소 저감 신기술 적용을 감안하면 산업계 전반으로는 탄소 배출 저감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샤힌 프로젝트 가동이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1280만 t에 이르지만, 수요는 916만 t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측은 “설비 가동 시점인 2026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