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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불길 다시 타오르나

입력 | 2024-10-24 03:00:00

‘불 놓기’ 행사 폐지에 찬반 팽팽
주민청구조례 상정해 표결 처리



2017년 제주들불축제 전국 사진촬영대회에서 금상작에 뽑힌 강윤방 씨(제주시)의 ‘들불축제2’. 제주시가 작년 10월 사진과 같은 오름 불 놓기 행사를 폐지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주민청구조례를 통해 되살리려 하고 있다. 제주시 제공


‘불 놓기’가 사라진 제주들불축제에 다시 불길이 타오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22일 제432회 임시회 2차 회의에서 주민청구조례안인 ‘제주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해 심의하고 수정 가결했다.

지역 주민 1283명이 청구한 이 조례안은 1997년부터 시행된 들불축제를 중단 없이 개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들불축제 개최 기간과 장소, 내용 등을 명시한 데 이어 축제 필수 콘텐츠로는 제주시가 작년 폐지를 선언한 ‘오름 불 놓기’도 담겼다.

조례안 심사 전부터 관심을 끈 것은 오름 불 놓기 부활 여부였다. 제주시는 작년 10월 11일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 권고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며 “다음 축제부턴 오름 불 놓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탁회의 권고안을 반영해 탄소 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 우려가 있는 불 놓기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들불축제의 상징인 불 놓기가 폐지되면서 찬반 입장이 맞섰다. 특히 애월읍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이를 되살리기 위한 조례 제정 움직임을 이어 왔다.

도의회 문광위는 주민청구조례안 일부 수정을 통해 들불축제 콘텐츠를 지자체장(도지사)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조례안이 사실상 불 놓기 개최를 강제 규정했다면 수정안은 이를 포함해 ‘개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변경됐다. 불 놓기를 들불축제의 콘텐츠로 두면서도 도지사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수정 가결된 조례안은 24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된다.

한편 들불축제는 1997년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에서 시작돼 구좌읍 덕천리 마을공동목장(1999년)을 거쳐 2000년부터 새별오름이 고정 축제장으로 이용됐다. 축제는 옛 제주인들이 초지에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는 것을 기원으로 삼았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