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갖춘 한정 모델인 맥라렌 W1(왼쪽)과 페라리 F80. 각 사 제공
자동차 세계에서도 특히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경쟁자에 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항상 경쟁을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자존심은 브랜드 가치와 열성팬들의 지지를 굳건히 다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10월 들어 이름난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두 곳이 차례로 내놓은 차들은 언뜻 유치해 보이지만 흥미로운 비교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댕겼다. 브랜드, 차 모두 차이점만큼이나 공통점이 많아 오히려 비교하지 않으면 어색할 노릇이다. 그 주인공은 맥라렌 W1과 페라리 F80이다.
두 브랜드 모두 일반 도로용 스포츠카도 만들고 있는데 이 역시 페라리의 역사와 경험이 더 길다. 그러나 맥라렌도 기술적 우수성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사이에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에 뿌리를 든든히 내렸다. F1 기술을 응용한 설계와 제작 방식, 공기역학 기술의 적극적 활용 등은 두 브랜드 스포츠카에서 모두 돋보인다. 이번에 선보인 최신 모델들에도 그와 같은 특징들이 고루 반영돼 비교하는 재미를 돋운다.
맥라렌 W1
F1 기술 적용한 터보 엔진-모터
최고 1275 마력 후륜 구동 출력
곡선-곡면 강조한 고전적인 디자인
F1 기술 적용한 터보 엔진-모터
최고 1275 마력 후륜 구동 출력
곡선-곡면 강조한 고전적인 디자인
능동적으로 조절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맥라렌 W1의 뒷스포일러. 맥라렌 제공
페라리 F80
사륜구동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가속 시 2.2초 만에 시속 100㎞ 도달
공기역학 요소 강조한 레이싱 카 스타일
사륜구동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가속 시 2.2초 만에 시속 100㎞ 도달
공기역학 요소 강조한 레이싱 카 스타일
최신 경주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페라리 F80의 옆모습. 페라리 제공
전동화 흐름을 반영해 두 브랜드의 최신 모델은 모두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원을 갖췄다. 그러나 구현 방식은 다르다. 맥라렌 W1은 V8 4.0L 트윈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해 1275마력의 최고 출력을 내고 동력원에서 나온 힘을 모두 뒷바퀴로 쏟아낸다. 반면 페라리 F80은 전기 모터와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이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뒷바퀴를 굴리면서 좌우 앞바퀴에 하나씩 연결된 전기 모터를 더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달린다. F80의 동력원이 내는 최고 출력은 1200마력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체 출력은 맥라렌이 더 높지만 가속 경쟁에서는 정지 상태에서 2.2초면 시속 100㎞에 이르는 페라리가 같은 속도를 내기까지 2.7초가 걸리는 맥라렌을 앞선다. 다만 가속을 이어 나가면 맥라렌이 금세 페라리를 따라잡는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차 모두 5.8초, 최고 속도도 시속 350㎞로 두 차가 같다. 어느 쪽이든 성능 면에서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트랙과 같은 제한된 조건에서 초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차들인 만큼 두 차는 고속에서도 안정성을 잃지 않도록 공기역학 특성을 높은 수준으로 구현했다. 두 차 모두 시속 250㎞에서 차체를 아래로 누르는 힘이 1000㎏이 넘어 말 그대로 땅에 달라붙은 듯 든든히 달릴 수 있다. 특히 차체 뒤쪽에 단 날개 모양의 장치인 스포일러는 속도와 주행 상태에 따라 위치가 자동으로 조절돼 필요에 따라 안정성을 높이거나 가속에 도움을 준다.
차체 디자인에 공기역학 특성을 세심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두 차의 방향이 같지만 구현 방식은 뚜렷하게 다르다. 맥라렌 W1은 곡선과 곡면의 부드러움이 우아한 느낌을 주면서도 조금은 고전적 분위기를 내지만 페라리 F80은 옛 페라리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대담한 앞모습과 페라리의 최신 세계내구선수권(WEC) 경주차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옆모습이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사실 두 차는 공개되기도 전 한정된 생산량에 대한 예약이 이미 끝났다. 맥라렌 W1은 399명, 페라리 F80은 799명의 주인이 이미 정해진 것이다. 선택 사항을 뺀 기본값은 맥라렌 W1은 약 200만 파운드(약 36억 원), 페라리 F80이 약 360만 유로(약 54억 원)라고 한다. 값 차이는 상당하지만 가격이 차의 가치를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사람들의 취향과 브랜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뚜렷한지도 짐작할 수 있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