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 속으로] 전국 유일 ‘문학특구’ 전남 장흥군
전남 장흥군 안양면 여다지 해변에 만들어진 ‘한승원 문학 산책길’에서는 작가의 시를 적은 시비 30여 개를 만날 수 있다. 장흥군 제공
국내 유일 ‘문학관광기행특구’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54)이 어릴 적 머물렀던 곳, 그리고 현재 그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85)가 살고 있는 전남 장흥군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강은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의 고향인 장흥의 문학적 정서를 물려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승원 작가는 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에서 “광주와 서울에 살 때 (한강에게) 고향을 심어주고 싶었다. 장흥은 (한강이) 감수성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됐다”면서 “여름, 겨울방학 때 꼭 시골에서 김을 매게 하는 등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장흥은 한승원, 이청준, 이승우, 송기숙 등 걸출한 현대문학 작가들을 배출한 ‘문학의 성지’다. 예로부터 글을 숭상하고 의로운 기상의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문림의향(文林義鄕)’의 기치를 내세우는 곳이다. 조선시대 백광홍, 백광훈, 위백규 등 문인들이 장흥에서 활동했고 이런 문맥을 명망 있는 소설가와 시인들이 이어받았다. 현재도 100여 명의 문인이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림’이라는 장흥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2008년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424억8600만 원이 투입돼 65만7725㎡ 규모 문학특구가 조성 중이다. 장흥군은 16년간 추진해 온 문학관광기행특구 사업과 한강 부녀(父女) 문학관(가칭), 한승원 생가 등을 한데 묶어 노벨문학관 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성 장흥군수는 “기존 ‘한승원 문학산책로’에 한강 작가와 관련한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장흥에서는 눈만 뜨면 문학을 떠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하겠다”고 말했다.
장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