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 속으로] 한강 신드롬 노벨 문학상 발표 후 국내 판매량 100만 부 돌파 인쇄소 ‘풀가동’… 日-佛-英 등 해외서도 ‘불티’
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파장을 몰고 왔다. ‘종이책의 종말’이 임박한 듯했던 서점가에는 다시 손님이 장사진을 이뤘고 인쇄소는 밀려드는 주문량에 24시간 인쇄기를 풀가동했다. 해외에서도 한강의 번역본뿐 아니라 한글판 원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 인쇄소는 ‘풀가동’, 중고책도 ‘웃돈’
10일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닷새가 지난 15일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한강의 책들은 전자책을 포함해 총 100만 부를 돌파했다.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 판매된 한강의 종이책은 총 97만2000권이다. 전자책을 포함하면 총 105만 부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뿐만 아니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희랍어 시간’ 등 다소 생소했던 한강의 작품들도 함께 조명을 받고 불티나게 팔렸다. 총 200만 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다음 날인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가 문을 열자마자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출판사와 인쇄소도 바빠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3일 오후 찾아간 경기 파주시 천광인쇄사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었다. 주말도 반납하고 출근한 직원 20여 명이 쉴 새 없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찍어내고 있었다. 인쇄사 관계자는 “인쇄기 두 대가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1분도 쉴 수가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을 낸 문학동네 역시 증쇄를 결정했고 문학과지성사는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6종을 수상 소식이 발표된 이후 주말 내내 인쇄했다. 새 책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중고책에도 ‘웃돈’이 붙어 팔려나갔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한강 저서의 초판본, 1쇄, 작가 사인 한정판 등이 20만∼50만 원대 가격에 거래됐다.
● 한강 모교, 고향 등에서는 잔치
한강의 고향과 모교 등은 세계적인 문인을 배출했다는 소식에 흥겨워했다. 한강은 초등학교 1∼3학년을 광주 북구 중흥동 효동초에서 다녔는데 이달 16일 이 학교에서는 ‘한강이 궁금해’란 주제로 야외 수업이 열렸다. 이 학교 6학년 학생들은 ‘소년이 온다’에 담긴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 등을 들었고 한강에게 보내는 ‘희망편지’를 썼다. 한강의 부친 한승원 작가(86)가 사는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에서는 13일 주민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마을 잔치가 열렸다. 한승원 작가 역시 주민들의 초대를 받았지만 딸의 뜻을 존중해 감사 인사만 전하고 잔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강의 모교 연세대는 시인 윤동주에 이어 노벨 문학상 작가 한강을 배출했다는 소식에 뿌듯해했다. 연세대는 “윤동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 연세 문학의 감수성인 동시에 140년 가까이 이어온 연세 교육의 지표”라고 축하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한강 작가의 후배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 “국문과라는 진로에 확신이 서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서도 뜨거운 반응
프랑스 파리에서도 한강의 책이 빠르게 팔려나간 덕분에 현지 출판사도 ‘작별하지 않는다’ 긴급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에서도 인기 검색에서 ‘한강’ ‘채식주의자’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이 서점은 한강 작품의 재고가 없는 탓에 일단 예약 판매로 주문을 받았다. 영국 런던에서도 한강의 책은 실시간으로 팔려나갔다. 한 대형 서점 관계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강의 책을 사 갔다”고 전했다. 일부 고객은 비록 한국어를 모르지만 한국어판이라도 구하려고 수소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