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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웰니스 전문가’로 변신…39세 정치 신인 니콜 섀너핸 [지금, 이 사람]

입력 | 2024-10-24 19:41:00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아내이자 올해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사퇴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였던 니콜 섀너핸(39)이 극우 진영의 새로운 ‘건강 전문가’로 부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실리콘밸리의 변호사·사업가 출신으로 ‘민주당 큰손’ 후원자였던 그가 ‘친(親)트럼프’로 탈바꿈하고 무당층 여성을 극우 진영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에서 올해 미국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니콜 섀너핸의 모습. 케네디 주니어 유튜브 캡처


섀너핸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2만5000달러(약 3371만원)를 기부하는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좌파의 정신 세뇌(programming)가 너무 심하다”며 ‘엘리트주의’가 지배한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입장을 뒤바꿨다. 특히 섀너핸은 여섯 살배기 딸이 자폐증을 겪게 된 원인이 소아 백신에 있다고 주장하며 “부패한 정부와 의료계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WP는 섀너핸이 케네디 주니어가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8월 이후,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라는 구호를 내세워 자신을 ‘웰니스(Wellness) 전문가’로 새롭게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와 유사하다. 섀너핸은 지난달 트럼프 후보의 비전을 옹호하는 정치 광고에도 7000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섀너핸이 판매하고 있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슬로건이 적힌 모자. 트럼프 후보가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MAGA’ 모자와 유사하다. 사진 출처 섀너핸 홈페이지



실리콘밸리 기반의 사업가였던 섀너핸은 2018년 11월 세계 10위 부자인 브린과 결혼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러다 2021년 12월 섀너핸이 브린과 절친이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보도를 부인하고 있지만, WP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이후 파티에서 공개적으로 브린에게 사과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브린과 결별한 섀너핸은 재산 분할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받으며 거액의 자산가로 거듭났다.

섀너핸은 “무당층이 선거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이 트럼프 후보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대담하는 등 여러 보수 매체에 얼굴을 비추며 트럼프 후보를 과거의 ‘적’이 아닌 현재의 ‘필요한 파트너’라고 묘사하고, 그가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전 남편인 브린의 지인은 WP에 “브린은 섀너핸이 자신을 해치지 않도록 돈을 준 건데, 지금 그(섀너핸)는 그 돈으로 나라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WP는 취재 과정에서 섀너핸이 기자에게 접촉해 50만 달러를 대가로 우호적인 보도를 요청해 왔다고 보도했다. 섀너핸은 “정치적인 의도로 이런 일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다니 유감”이라며 보도 내용에 관한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