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기타큐슈=AP 뉴시스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진 자민당이야말로 악몽에 가깝다.”(쓰지모토 기요미 일본 입헌민주당 대표 대행)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과반 의석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집권 자민당이 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입헌민주당 등 야당들도 반격에 나섰다. 일본 야당들은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2009년 이래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모습이다. 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더욱 강하게 자민당을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24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자민·공명)은 기존 279석에서 194~254석(과반 233석)으로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26~177석까지 늘 수 있다고 전망됐다.
하지만 파벌 비자금 추문으로 자민당이 국민적 비판에 시달리며 야당이 모처럼 호기를 맞고 있다. 자민당 역시 과거 여유롭게 선거를 치르던 모습과 달리, 민주당 정권 시절의 실책까지 끄집어내며 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다만 ‘막말 전쟁’으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미국 대선만큼 과도한 비난은 일본 국민 정서상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전날 기타큐슈시 거리 연설에서 “자민당 공천 배제가 엄중한 조치라더니 엉터리였다”며 “(우리에게) 악몽 같은 정권이라더니 (자민당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22일 “악몽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2009~2012년 정권을 잡았던 현 야당을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한편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자민당이 비자금 사건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후보가 이끄는 당 지부에도 2000만 엔(약 1억8000만 원)을 입금했다”며 “이 돈은 세금에서 조성된 정당 교부금”이라고 보도했다. 자민당 측은 “당에 지급한 활동비일 뿐, 후보에게 준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다 대표도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척하더니 실제로는 뒤로 돈(정당 교부금)을 줬다”면서 “유권자에 대한 사기”라며 여당을 비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