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前대령 서면 인터뷰
“파병된 북한군에는 포병 부대, 특히 미사일과 다연장로켓시스템(MRLS)을 운용하는 부대가 포함돼있습니다.”
올렉산드르 사이엔코 전 대령.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NAKO) 홈페이지 캡처.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3000여 명의 군인을 파병한 것에 대해 “북러의 합동 작전 가능성을 평가하고,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성공적으로 통합된다면 앞으로 6개월 내지 8개월 안에 기존 4개 여단(1만여 명) 외에 추가 파병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 “파병 북한군, 당분간 동부 군관구서 러시아와 합동작전 할 것”
사이엔코 전 대령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와 우수리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하바로프스크나 우수리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부대를 훈련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을 ‘북부 민족 대표’로 위장하려는 시도”라며 “유럽인은 부랴트족과 한국인을 외모로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북한군이 동부 군관구에서 러시아군과 충분한 합동 작전 경험을 쌓은 뒤로는 내년 2월 전후로 별도의 통합 부대 형태로 전선에 배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군과 합동 근무 조건에 적응하고, 합동 임무를 수행할 때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적대행위 지역에 북한군으로 이뤄진 별도의 부대를 파견하는 건 적어도 3~5개월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파견된 북한 특수부대의 일부는 당장 러시아의 특수목적 여단이나 상륙 돌격여단 구성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가장 준비가 많이 된 북한군 부대 중 일부는 14개의 별도 특수목적 여단과 83개의 별도 상륙돌격여단 구성에 작전적으로 포함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러시아군 일부 군단, 여단은 후방 지역에서 복무하지 않고 전투 지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했다.
● “1만명으로 전쟁 판도엔 변화 없어… ‘北 전투 학습’이 문제”
그는 북한이 1만 명을 파병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북한이 실전 경험을 쌓고, 무기를 현장에서 시험하면서 ‘학습 효과’가 이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이엔코 전 대령은 “앞으로 태평양 지역엔 실제 전투 작전에서 무기를 시험하고, 상당한 전투 경험을 쌓은 공격적인 (북한과 러시아라는) 두 개의 대규모 군대가 생겨나는 것”이라며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는 것은 결국 한반도와 태평양 지역 전체의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불법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북한의 미사일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이 거래되는 공급 채널을 각국이 찾아내 가능한 많이 폐쇄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 파병을 받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재를 회피해 유조선으로 가스와 석유를 실어나르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차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엔 헌장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국가인만큼 안보리에서 배제하는 문제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공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크게 지원할 수 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