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급감해 매출 감소-줄폐업 멀리 떨어진 상가까지 피해 확산 명소 내 ‘금주구역’, 전국 유일 구 “빛 축제 열어 관광객 모을 것”
17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썰렁하다. 포장 음식을 즐기는 청춘들로 붐볐던 이곳은 지난해 7월 금주구역 지정 후 방문객 수가 줄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17일 오후 8시경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 상가. 횟집을 운영 중인 김모 씨(45)는 “반경 500m 내 가게 100여 곳 중 횟집과 편의점 등 20곳이 최근 1년 새 폐업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불 꺼진 채 문 닫힌 가게가 주변에 즐비했고, 통유리창에 ‘임대’ 문구가 붙은 곳도 많았다. 수영구가 지난해 7월 2만884㎡(약 6317평)의 수변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뒤로 일대 상권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했다.
● 금주구역 지정되자 관광객 떠났다
금주구역 지정을 앞둔 지난해 6월 말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는 민락수변공원의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금주구역 지정으로 수변공원 방문객 수가 급감해 일대가 쾌적해졌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근처 상가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만큼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금주구역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87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건강한 음주 문화를 확산하고 주민 건강 유지를 위해 도시공원과 학교, 어린이보호구역, 대중교통시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외에 ‘시장과 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곳’이라는 별도 조항을 적용해 금주구역을 지정한 곳도 있다.
동아일보가 전국 기초지자체에 정보공개 청구 등으로 확인한 결과 5곳의 기초지자체가 지자체장의 필요에 따라 특정 지역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수영구(민락수변공원)와 경남 김해시(구산1 주공아파트 상가 근처), 인천 동구(동인천역 북광장), 충남 아산시(온양온천역 광장), 제주시(탐라문화광장, 북수구광장) 등이다. 이 가운데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이 모이는 명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수영구가 유일했다. 나머지 지자체는 “노숙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상습 야외 음주를 즐기는 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했다. 민락수변공원 외 나머지 주변에는 대규모 상가가 형성돼 있지 않아 금주구역 지정에 따른 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 “특정 시간·구역의 음주 허용해야”
민락수변공원 비상대책위원회 손정범 사무국장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등 특정 시간에만 음주를 허용하거나, 특정 구역에서만 음주가 이뤄지게 만들면 이곳을 오히려 세계적인 야간 명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수영구에 이런 대책 추진을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영구는 다음 달부터 민락수변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빛 축제 ‘제1회 밀락루체페스타’를 여는 등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수영구 관계자는 “금주구역으로 수변공원을 계속 운영하려는 구청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수영구에 따르면 금주구역 추진 1년 전인 2022년 7월 민락수변공원을 찾은 방문객 수는 19만9000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방문객 수는 10만3000명, 올해 7월에는 6만1000명 등으로 2년 사이 방문객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매일 주야간에 2명의 단속요원이 수변공원 내 음주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과태료는 1건도 부과되지 않았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