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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2027년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과

입력 | 2024-10-24 23:06:00

지난달 27일 국회에선 ‘희귀·중증난치질환 필수의료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제공


“2027년도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전공이 될 것입니다.”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이는 추석 전후 이슈가 됐던 응급의학과를 얘기한 것이 아니다.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수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필수과도 아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 소외됐던 류머티스(류머티즘) 전문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희귀·중증난치질환 필수의료 지원 방안 토론회’에선 류머티스 질환을 다루는 전문의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윤종현 대한류마티스학회 의료정책이사는 “현재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 지원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류머티스 내과 전문의 응시 예정자는 2025년 10명, 2026년 5명, 2027년 0명”이라고 밝혔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류머티스 질환은 병원 입장에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술이나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검사처럼 수익성 있는 검사도 없고 대부분은 처방 위주다. 또 상당수 환자들은 류머티스 전문의를 찾는 대신에 다른 과에서 진료를 받는다. 다른 질환에 비해 공부할 양은 많지만 잘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다 보니 의사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진다.

국민적 인식의 문제도 없다. 사실 류머티스 질환만큼 오해가 많은 질환도 드물다. 류머티스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류머티스 관절염이다. 하지만 류머티스 질환은 종류만 200여 가지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만성 희귀중증난치질환이다.

척추에 오랫동안 염증이 지속돼 척추관절의 움직임이 뻣뻣해지는 강직척추염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이 역시 류머티스 질환의 일종이다. 또 면역계의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도 류머티스 질환이다. 이 외에도 다발근염, 진행성 전신경화증, 베체트병 등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질환도 모두 류머티스 질환의 일종이다.

류머티스 질환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바로 진단하기도 쉽지 않다.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 3년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2, 3년 동안 다른 과에서 엉뚱한 치료를 받으며 악화돼 중증 질환에 이르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또 건강검진에서 피검사를 통해 류머티스 양성으로 나타날 경우 다른 과에서 류머티스 관절염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스테로이드나 진통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류머티스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환자 중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는 경우는 10%밖에 안 된다고 말한다. 류머티스 질환은 희귀중증난치질환이지만 최대한 빨리 진단받고 제대로 치료하면 평생 중증 장애로 고생하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환자들의 목소리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김진혜 루푸스를이기는사람들협회 회장은 “환자도 질환의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3분가량에 불과한 짧은 진료시간에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협진 진료도 제대로 안 된다. 루푸스의 경우 합병증이 많기 때문에 류머티스 내과뿐 아니라 신경과, 산부인과, 혈액종양내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등 여러 과를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의료비의 10%만 비용 부담하는 산정특례 등의 혜택을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신약이 국내에서 보험 혜택이 없는 것도 류머티스 질환 치료의 큰 걸림돌이다. 환자들이 가장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신약인데 국내 환자에게 보험으로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은 “류머티스 질환 같은 희귀중증난치질환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선 학회가 질환에 대해 더 알리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희귀중증난치질환 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류머티스 분야에 희귀질환 관리 비용이나 교육 수가 신설 같은 정책적 지원도 더해져야 한다”고 했다. 류머티스 질환은 사람의 생명과 연결되는 만큼 필수의료에 해당되는 중요한 과임을 꼭 알려 달라는 전문의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