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폭행 매년 20∼30건 달해 도급계약 안해 대부분 보호 못받아
호텔리어로 일하다 은퇴 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2년 차 경비원으로 일하던 김모 씨(71)에게 2년 전 연말은 지금도 악몽으로 남아 있다. 오후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 건물 로비에서 경비를 서던 그에게 술에 취한 건물 직원이 다가오더니 배를 3, 4차례 가격했다. “죽여 버리겠다. 경비 주제에”라는 폭언도 이어졌다. 업무 중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근무 중 폭행을 당해 충격을 받은 김 씨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정신과 약도 먹었지만, 이후로도 괴롭힘은 계속 이어졌다. 견디다 못해 지난해 5월 경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최근 60대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기절시키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매년 3000명이 넘는 경비원이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산업재해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산재 건수 역시 10년째 줄지 않아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무 중 폭행을 당한 경우도 매년 20∼30건에 달했다. 폭력 행위로 인해 산재를 당한 근로자는 2019년 39명, 2020년 24명, 2021년 30명, 2022년 38명, 2023년 29명이었다. 올해도 6월까지 9명의 경비원이 폭행으로 인한 산재를 겪었다. 10년 차 경비원 이모 씨(69)는 “지난달에는 ‘주차비를 못 주겠다’며 면전에 동전을 던져 맞기도 했다”며 “침을 뱉거나 오물을 쏟는 등 인격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비원에 대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선 사단법인 한국경비원협회중앙회 회장은 “현재는 국내 경비원의 대부분이 경비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이 직고용한 형태라 경비업법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경비원이 폭언과 폭행을 당하더라도 경비업체가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도급, 직영, 파견 등 모든 형태의 경비원을 관리할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연 중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이들을 ‘관리원’으로 명명하도록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더 세밀하게 인권을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용부는 경비원 산재를 줄일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현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