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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징계 적법” 변협 손들어준 법원

입력 | 2024-10-25 03:00:00

“업계 경쟁 제한했다고 볼 수 없어”
공정위 10억 과징금 취소 판결
리걸 테크 둘러싼 논란 더 커질듯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무실에서 직원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을 징계한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제재를 모두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적법하게 징계를 내렸다는 취지지만 ‘리걸 테크(Legal-Tech)’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4일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행위(소속 변호사 징계 등)는 변호사법에 따른 합리적 근거가 있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대한변협은 2014년 로톡이 출시된 이후 사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은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에 해당해 불법이란 주장을 펼쳐 왔다. 이후 2021년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등을 개정해 징계 근거를 마련했고, 이듬해 10월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 9명에게 견책∼과태료 300만 원의 징계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변호사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두 단체에 각각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 원씩을 부과했고 두 단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리걸 테크 등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된다”면서도 “변호사 광고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원고 대한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광고 관련 규정을 바꾸거나, 변호사들을 징계한 것은 적법 절차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공정위가 시정명령 등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두 단체가 번호사 업계의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경제적 이윤이나 이익을 얻은 바 없고, 변호사들에게는 로톡 이외에도 대체 가능한 광고 수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앞으로도 리걸 테크를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 대해 변협이 내린 징계를 모두 취소한 바 있지만,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이날 판결을 토대로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더 규제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서울변회는 “그동안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해 왔지만, 이제부터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판결 이유 등을 분석한 후 상고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