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타이어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타이어기업이 과연 어떻게 미슐랭 스타를 탄생시켜 세계의 식탁을 뒤흔들게 됐을까.
● 자동차 3000대 시절, 10배 넘게 제작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 나온 1900년판. 사진 출처: 미쉐린가이드 홈페이지
당시엔 주유소가 지금의 전기차 충전소만큼도 갖춰지지 않았다. 도로 사정도 안 좋아 운전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자동차 소비 인구가 쉽게 늘지 않았다.
미슐랭 형제는 사람들이 자동차 이용을 늘려 타이어를 많이 사도록 유도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게 1900년 처음 나온 미쉐린 가이드다. 미슐랭 형제는 이 책에 타이어 제품뿐 아니라 주유소 위치, 도로 법규 등의 정보를 담았다. 1900년 초판 가이드 서문에서 앙드레는 “운전자에게 프랑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 즉 주유소, 자동차 수리소, 숙박 및 식사 장소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제품 소비를 망설이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 적극 해결에 나선 셈이다.
미쉐린 가이드를 보기 위해 이 회사의 타이어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당시 차량 수는 3000대도 안 됐지만 미쉐린 가이드는 이보다 10배가 넘는 3만5000부가량이 인쇄됐다.
시간이 지나 과거에 마차나 기차를 탔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많이 타게 됐다. 자연스럽게 타이어 시장도 성장했다. 미슐랭 형제는 굳이 미쉐린 가이드에 타이어 홍보 내용을 넣을 필요가 없게 됐다. 1920년부터는 가이드에서 광고가 빠지고 대신 자동차를 타고 가볼 만한 좋은 식당과 숙박 시설이 더 많이 소개됐다. 이 가이드가 오늘날 모습의 미쉐린 가이드가 됐다. 이때부터 유료로 팔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한 식당의 셰프들이 미쉐린 가이드 책자와 별점이 새겨진 간판을 떠받치고 있다. 사진 출처 미셰린 가이드 인스타그램
진화를 거듭한 미쉐린 가이드는 1926년 처음 ‘미슐랭 스타’를 도입했다. 1931년엔 ‘별 2개’ ‘별 3개’ 제도가 추가됐다. 1933년엔 좋은 식당을 분별하는 검사관이 생겼다.
등급 제도는 발전해왔지만 기본적으로 1930년대 도입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별 1개’는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별 2개’는 ‘돌아서라도 갈 만한 가치가 있다’, ‘별 3개’는 ‘특별히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별은 셰프가 아닌 레스토랑에 주어진다. 셰프가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도 새로 별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받아둔 별은 기존 레스토랑에 남는 식이다.
미쉐린 가이드 측에 따르면 검사관들은 익명으로 현장을 방문해 음식을 평가한다. 이 회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가의 5대 기준은 ‘사용된 재료의 품질’, ‘풍미와 조리 기술의 완성도’, ‘요리사의 요리 개성’, ‘비용 대비 가치’, ‘방문할 때마다 유지되는 일관성’ 등이다.
● “너무 프랑스적” “양날의 별” 비판도
미슐랭의 별은 확실히 홍보 효과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니얼 샌즈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경영대 교수는 최근 ‘전략경영저널’에 발표한 ‘양날의 별’이란 논문에서 새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구글 검색 강도는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0~2014년 미국 뉴욕에서 개업한 식당 중 뉴욕타임스(NYT) 미식란에 소개된 식당들을 조사한 결과다. 하지만 이 중 미슐랭 스타 식당은 40%가 문을 닫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손님의 기대가 높아지고, 거래업체들이 미슐랭 별 획득을 계기로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슐랭의 별은 셰프들의 꿈이지만 비판도 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쉐린 가이드는 식당들의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별을 이미 받은 식당들은 별을 잃지 않게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게 돼 혁신을 시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FT는 “미쉐린 가이드는 너무 프랑스적이고 다른 문화권 음식에 대한 판단을 내릴 권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논쟁이 있다”고 소개했다.
미쉐린사가 2021년 미쉐린 가이드를 발표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년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들이 봉쇄돼 심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기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