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운영자 “규정 준수했다”…청력 손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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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경기를 보러 장충체육관을 방문했다가 지나치게 큰 스피커 소리에 고통을 겪다가 관전을 포기하고 경기 도중 귀가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25일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김모씨는 지난 2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 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경기를 관전한 뒤 서울시설공단에 항의 민원을 제기했다.
김씨는 민원 글에서 “오늘 오랫동안 기대해온 배구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직관은 대실패이며 대실망”이라며 “배구 경기를 처음 방문한 나는 소음 스트레스로 3세트가 끝나고 바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시는 직관하지 않기로”라고 말했다.
김씨는 “스피커를 통한 인위적이고 과도한 소리는 관중의 자발적인 응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스피커 소음은 관람객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경기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 중 응원단장이 서브할 때나 리시브 상황에서 끊임없이 말을 하거나 외치는 것은 선수들의 집중력에도 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우리카드) 선수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실수를 했고 결국 졌다”고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관람객뿐만 아니라 선수들 또한 지나친 소음 속에서는 경기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며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소음이 아닌 경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응원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장충체육관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소음 규정을 지켰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운영처는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프로배구 경기의 경우 홈팀 주도 하에 한국배구연맹 규정(대회운영요강 제47조)에 따라 관중 응원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정에 의거 음향기기 사용은 90데시벨(㏈) 이하로 운영되며 소음측정기가 경기장에 배치돼 경기 위원들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 시 제지를 받게 된다”며 “시민님이 관람하신 해당 경기의 경우도 위 규정을 준수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프로배구 V-리그 대회요강 47조(응원)는 관중에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경기장 내 어느 곳에서도 음향은 90데시벨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홈팀은 소음측정기를 경기위원석에 배치하며 경기위원은 소음을 수시로 측정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
경기진행용 음향과 응원 음향의 크기는 관중 경기 관전과 중계 방송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방문팀 응원석을 향해 스피커 등 음향기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대한청각학회에 따르면 괴롭고 원치 않는 큰 소리에 의해 발생하는 난청을 ‘소음성 난청’이라 한다. 75데시벨 이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지만 85데시벨 이상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는 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100데시벨에서 보호 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될 때, 110데시벨에서 1분 이상 규칙적으로 노출될 때 청력 손실 위험에 처한다.
소음성 난청이 생기면 주변이 조금만 시끄러워도 상대방 이야기를 정확히 알아 듣지 못한다. 청각 손상, 이명 외에 불쾌감, 불안감, 불면증, 피로, 스트레스, 두통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심한 경우 맥박과 혈압에도 영향을 주며 소화 장애나 자율신경계 이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소음성 난청으로 망가진 청력을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미 손상된 청각세포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음에 시달린 뒤 수일 이내에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돌발성 난청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정확한 검사와 더불어 스테로이드 호르몬, 혈관 확장제,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운영처는 음향 관련 제도 개선 의향을 밝혔다. 운영처는 “시민님께서 프로배구 첫 관람을 위해 장충체육관을 방문하셨으나 관람에 만족하지 못하신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오며 보다 나은 관람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