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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유출 책임 묻겠다” 국감 중 입장문 낸 하이브…“국회가 만만하냐” 질타

입력 | 2024-10-25 10:06:00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타 소속사 미성년 아이돌에 대한 외모 품평이 포함된 업계 동향 자료를 작성했다는 지적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감 도중 해당 자료를 놓고 “외부 유출 세력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가 위원들의 질타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24일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가 문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이브 임원용 보고서인 업계 동향 리뷰 자료 내용을 공개했다.

민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하이브의 업계 동향 자료. 유튜브 채널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해당 자료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를 시켜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님” “성형이 너무 심했음” “놀랄 만큼 못생겼음” “○○ 데뷔할 때 외모로 다들 충격받았던 걸 생각하면 이 엔터테인먼트의 미감 자체가 달라진 건가 싶음” 등 타 소속사와 아이돌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은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인 인식·태도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태호 대표는 “하이브의 의견이나 공식적인 판단이 아니다. 온라인상 글들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K팝에 종사하는 회사로서 저희 팬과 업계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및 K팝 전반에 대해 어떤 여론을 가졌는지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 문서는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이브 입장문을 읽고 있다. 유튜브 채널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하이브는 국감이 진행되는 도중 해당 자료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국감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들, 팬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포함돼 있다”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민 의원이 이 입장문에 대해 묻자 “회사와 소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입장을 내라고 한 적이 전혀 없고 (저는)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현재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국감이 진행되고 있다. 국감 위원이 대표 증인께 질의하고 답변한 내용에 대해 회사에서 저런 식으로 대응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는 말씀을 위원장으로서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회사에서 입장문을 내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국회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나”라며 “하이브는 대한민국의 K-컬처를 이끌어가는 대표 기업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하냐. 국회가 그렇게 만만하냐”고 따져 물었다.

전재수 문체위원장이 국정감사 도중 발표된 하이브 입장문과 관련해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를 질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NATV 국회방송’ 영상 캡처

김 대표는 “제가 국감장에 있는 동안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된 입장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저희 입장을 묻는 언론 문의가 빗발쳤고 일일이 입장을 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문의가 많은 상황이었다. 국감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과 모자이크 처리된 내용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왜곡 및 확산되는 속도가 상당하다고 판단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결코 국회를 경시하고자 한 게 아니다. 입장문을 낸 건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라며 “리포트(보고서)와 관련된 문제도 앞으로 바로 잡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해당 입장문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