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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면 죽을 듯이 운동해야…고강도운동 후 ‘배고픔 호르몬’ 수치 뚝 ↓

입력 | 2024-10-25 10:01: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직업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이 운동만으로 체중을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식욕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식욕은 참기 어려운 욕구다. 그런데 운동을 격렬하게 하면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보다 여성에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분비학회지(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에 24일(현지시각)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건강한 성인에 있어 고강도 운동이 중강도 운동보다 배고픔 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게 반응했다.

이번 연구는 운동 강도가 식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렐린은 배가 고플 때 분비 돼 식욕을 촉진하기에 ‘배고픔 호르몬’, ‘공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다이어트의 적으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식사 전에 수치가 가장 높고, 식사 후 가장 낮다.

제1저자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후 연구원 카라 앤더슨(신체운동학) 박사는 “고강도 운동이 중강도 운동보다 그렐린 수치를 더 많이 억제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또한, 고강도 운동 후 사람들이 중강도 운동 후 보다 배고픔을 덜 느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고강도 운동은 ‘대화를 하기 힘든 정도’에 해당한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6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조깅과 달리기(시속 8 km 이상), 자전거로 오르막길오르기, 분당 100회 이상의 줄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중강도 운동은 ‘노래를 부르면서 하기 힘든 정도’의 강도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3~6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으로 건강한 사람의 빠르게 걷기(시속 4.5~8 km 수준), 탁구, 배드민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에 따르면 그렐린은 아실화한 그렐린(AG)과 비아실화 그렐린(DAG)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대부분 AG(약 78%) 형태로 우리 몸을 순환하며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 AG는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서 식욕을 유발하고, 위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만든다. DAG는 처음에는 비활성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독립적인 생물학적 효과를 가진 미확인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AG는 식욕 자극 효과가 없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남성 8명(평균 나이 43세)과 여성 6명(평균 32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하룻밤 동안 금식한 후 다양한 운동을 수행했으며, 운동 후 느낀 배고픔과 음식 섭취 욕구를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AG, DAG, 총 그렐린, 그리고 젖산 수치를 측정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기초 그렐린 수치가 더 높았다. 주목할 점은 여성만 고강도 운동 후 아실화 그렐린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남성은 유의미한 감소를 보이지 않았다. DAG는 남녀 모두 억제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강도 운동은 그렐린 수치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순 증가를 보였다. 이는 젖산 역치(혈액 안에 젖산이 누적되기 시작하는 운동 강도)를 초과하는 운동이 그렐린 억제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운동을 할 때 신체는 부산물로 젖산을 생성한다. 젖산 역치를 넘으려면 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며, 이 역치를 넘을 때 생성되는 젖산이 배고픔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고 연구진을 해석했다.

앤더슨 박사는 “운동은 ‘약물’처럼 생각해야 하며. ‘복용량’은 개인의 목표에 맞게 맞춤 설정해야 한다”며 “우리 연구는 고강도 운동이 식욕 억제에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체중 감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특히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만인 사람은 일반적으로 그렐린 수치가 낮다. 그렐린은 지방 저장을 돕고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며 당분과 인슐린을 조절하는 등 신체에서 다른 기능도 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고강도 운동이 되레 체중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앞선 연구 결과와 상반된다.

일본 쓰쿠바 대학 연구진은 지난 6월 ‘스포츠와 운동의 의학과 과학’(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에 발표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한 차례 고강도 운동을 하고나면 신체의 주요 스트레스 호르몬이 교란되어 운동 후 활동량이 줄어들고 체온이 낮아지며 체중이 증가한다고 발표 한 바 있다.

참고자료: The Impact of Exercise Intensity and Sex on Endogenous Ghrelin Levels and Appetite in Healthy Humans (-https://academic.oup.com/jes/article/8/11/bvae165/7828055?searchresult=1)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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