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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인 줄”…이웃에 빙초산 건네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 집유

입력 | 2024-10-25 14:02: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빙초산을 음료인 줄 알고 이웃에게 건네 숨지게 한 시각장애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울산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정인영)은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80대 A 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 1급인 A 씨는 지난해 9월 울산 자택 인근 평상에서 이웃들과 얘기하다가 평소 친분이 있던 70대 B·C 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집에서 음료수 2병을 꺼내 왔다. A 씨에게 음료수를 건네받아 마신 두 사람 중 B 씨는 갑자기 “속이 답답하다”고 고통을 호소하며 구토했다. B 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조사 결과 B 씨가 마신 음료수병에 ‘식용 빙초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식용 빙초산은 석유에서 뽑은 순도 99% 이상 아세트산으로, 원액 섭취 시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킨다.

C 씨는 비타민 음료수를 받아마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시각장애라 문자를 볼 수 없고 색깔을 구별할 수 없으며, 눈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다른 사람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 독극물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당시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 음료수병이 맞는지 물어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C 씨에게 건넨 비타민 음료수병은 표면이 매끈하지만 B 씨에게 준 빙초산 병엔 주름이 있어 A 씨가 이를 촉감으로 구별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이 받은 병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마신 점,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