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전임의(펠로) 지원자가 모집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졸업 연차 레지던트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어 필수과 의료공백이 한층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신경과 지원자 ‘0명’
25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마감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내년도 전임의 지원자는 총 222명으로 전체 모집인원 459명의 48.4%에 그쳤다. 본원의 경우 305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55명(50.8%)이었고, 분당서울대병원은 15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67명(43.5%)이었다. 지난해 478명을 모집했을 때 지원자가 399명(83.5%)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것이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내과는 4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1명뿐이었다”며 “감염내과 전임의 구인난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 “전공의 공백 메우던 전임의 사라지면 큰일”
전임의는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각 진료과에서 세부 전공을 이수하는 전문의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후 대형병원이 마비되지 않은 것도 전임의 70% 이상이 현장을 지켰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에 1~3년 동안 세부 전공 수련을 마친 전임의가 병원을 떠날 경우 의료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임기를 마치고 전임의로 와야 할 의사들도 개원가로 빠지고 있다. 올해는 전임의가 전공의 2, 3명 몫을 해줬는데 내년엔 공백이 더 커질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임의가 부족하면 연구도 못 한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신장 분과)는 “지금도 의사 인력이 부족한데 전임의가 없으면 각종 연구가 멈출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은 브랜드 때문에 다른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전임의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의대 학장단체 “휴학 승인을” 각 대학에 공문
하지만 정부는 동맹휴학은 인정할 수 없으니 새로 휴학계를 내고 내년도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휴학을 승인하라고 각 대학에 요구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25일 학부모들과 만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KAMC는 의대생이 집단 제출한 휴학계를 승인하라고 하는데 이는 법적으로 휴학계가 아니다. 각 대학에서 승인하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