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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억원 포기하고 애플 나와 독립… “모든 기기에 AI칩 넣는다”[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입력 | 2024-10-26 01:40:00

고효율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에지 AI 반도체 양산하는 딥엑스
애플-시스코 등서 칩 개발 참여… NPU 기반 칩 보편화 미래 예상
NPU하드웨어-소프트웨어 최적화로… 특정 AI 알고리즘 효율 극대화
고성능 유지하며 저전력-저발열 구현



김녹원 딥엑스 대표이사가 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여러 객체 인식 프로그램이 구동되는 화면 앞에서 칩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과 진화로 AI의 대중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개인들은 데이터센터의 서버에서 처리된 AI 결과물을 받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PC와 휴대전화, 폐쇄회로(CC)TV, 가전제품 등 개별 전자기기에도 AI 반도체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전자기기도 정보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AI 반도체의 탑재가 느는 것이다.

딥엑스는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AI 반도체 설계에서 앞서가는 스타트업이다. 에지(edge) AI 반도체로 불린다. 네트워크상에서 중앙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데이터(현장)에 가까운 네트워크상의 가장자리(edge)에서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나왔다.

딥엑스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만든다. 엔비디아가 주력으로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AI 알고리즘을 더 세분화해서 특정 AI 알고리즘을 고효율로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애플과 브로드컴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칩을 설계했던 김녹원 대표이사(46)가 2018년에 설립했다. 18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우리가 지금은 와이파이(WiFi)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 듯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은 AI 반도체가 탑재된 전자기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인류의 삶을 바꿀 기회에 참여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했다.

● “기존 GPU 100원이라면 우리는 5원”

김 대표가 23일 반도체대전에서 딥엑스 칩이 버터를 올려둬도 녹지 않을 정도로 발열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딥엑스 제공

딥엑스의 제품군은 현재 크게 3종류(DX-M1, DX-V3, DX-H1)다. 딥엑스에 따르면 DX-M1 칩은 영상에서 특정 객체를 인식하는 AI 알고리즘등을 저전력, 저비용으로 처리하는 데 탁월하다. 배터리로 구동되는 기기에서도 작동한다. 2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 전시회에서 딥엑스는 최신 객체 인식 알고리즘을 구동함에도 불구하고 섭씨 35.5도까지만 올라 버터를 녹이지 않았다. 반면 비교 대상인 글로벌 AI 반도체 회사 칩은 60.7도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보안용 CCTV나 공정 점검용 카메라 등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수많은 종류의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며 “기존 GPU와 비교했을 때 가격과 전력 소모량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칩 1개로 16개의 CCTV(채널)에서 오는 영상 정보를 초당 30프레임(FPS)의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되는데, 양산 수율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단계라고 딥엑스는 밝혔다.

DX-V3은 카메라와 3차원(3D) 센서 신호의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과 로봇에 시각을 제공하는 칩이다. TSMC에서 12nm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DX-H1 칩은 AI 서버용으로 기존 범용 그래픽처리장치(GPGPU)에 비해 훨씬 적은 전력과 비용으로 고성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에서 5nm 공정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고성능이면서 저전력, 저발열을 구현하는 데는 딥엑스의 설계 기술이 큰 몫을 했다. 딥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효 AI 연산 성능비(FPS/TOPS)와 전성비(FPS/W)를 내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3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고, 70건 이상의 특허가 등록된 상태다. 각각 같은 연산 성능일 때 이미지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과 같은 전력에서 최고의 연산 성능을 낼 수 있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에서 칩을 설계하면서 익힌 기술들이 녹아 있다”며 “특정 AI 알고리즘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부분과 하드웨어로 구동되는 부분을 최적화한 것”이라고 했다.

● 노벨상 수상자 이론을 칩으로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받은 김 대표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에 전자 분야 최고들이 많다는데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이 있는지 직접 부딪쳐 보고 싶었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 과정을 하던 중에 2008년 IBM 왓슨연구소에 방문 연구원으로 갔다가 창업의 계기가 되는 순간을 맞았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턴 교수가 2006년에 발표한 딥러닝 개념 소개 논문을 왓슨연구소에서 칩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던 것이다. 딥러닝이라는 용어는 이때는 쓰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새로운 신경망 처리 구조설계를 고안해 중앙처리장치(CPU)를 이용했을 때보다100배 빠른 성능을 구현해 보였다. UCLA로 돌아가서도 연구를 계속해 세계 전기공학회 저널에 관련 논문도 게재했다. 김 대표는 “딥러닝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전인 2010년에 패턴이 존재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의 가능성과 가치를 먼저 본 것”이라고 했다. 힌턴 교수는 AI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3년은 세계적인 통신기기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스에서 반도체를 설계했고, 2014∼2017년에는 애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아이폰 칩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애플을 나오려면 4년에 걸쳐 수익화할 수 있는 약 500만 달러의 주식 보너스를 포기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NPU를 기반으로 한 칩이 세상 곳곳에 깔리는 미래가 보였고,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재능이 내게 있다면 그 재능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창업을 실행했다”고 회상했다.

● “수출 위한 유통 네트워크 한창 구축 중”

김 대표는 에지 AI 반도체의 미래를 그려보면 지금도 가슴이 뛰는 듯했다. 그는 “2011년 박사 학위를 받고 시스코시스템스에 근무할 때 본 자료에 이렇게 나와 있었다. 20년 전에는 전 세계에 50억 개의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었는데, 2020년경에는 700억 개가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자료였다. 실제로 그 정도가 연결돼 있다. 그렇게 많은 기기에 사람의 지능과 비슷한 AI 반도체가 탑재된다면, 그런 미래는 어떤 세상일 것 같은가. 다른 차원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AI 산업의 3대 트렌드인 자율화, 무인화, 개인화를 들면서 에지 AI 반도체의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자율주행 자동차인데, 에지 AI 반도체로 통신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고성능, 저전력의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이나 인체 정보가 담긴 정보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에만 머물러서 개인정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지 AI 반도체는 국내외 여러 기업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반응이 좋아 요즘은 대륙별 글로벌 유통망 구축을 위한 출장으로 한창 바쁘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현지 법인을 두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딥엑스는 스마트 시티와 감시 시스템, 스마트 팩토리 등 글로벌의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인간보다 더 쿨(cool)한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 쓰이는 에너지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했다.







성남=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