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왼쪽부터 수출전용 진라면 치킨맛, 베지, 순한맛. 오뚜기 제공
2024년 3분기 한국의 라면 수출액이 9억380만 달러(약 1조1913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수출액 9억5240만 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그야말로 K-라면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차별화된 맛’을 K-라면의 성공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세분화된 제품 개발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더하기도 하고 전에 없던 새로운 메뉴를 만들며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다.
종합식품기업 ㈜오뚜기 역시 전 세계적인 K-라면 열풍 속에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소비자가 더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영문 표기를 기존 ‘OTTOGI’에서 ‘OTOKI’로 변경하고 현지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라면을 출시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수출 효자 제품은 역시 ‘진라면’이다. 1987년 라면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는 대표 라면 진라면과 BTS(방탄소년단) 효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라면 인기를 이끌고 있다. 1988년 출시된 오뚜기 진라면은 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국물의 조화로운 맛으로 해외 소비자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진라면 순한맛’의 인기가 높아 수출 상위 5개국 중 2개 국가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진라면 치킨맛’ ‘진라면 베지’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 초에는 진라면의 카자흐스탄 수출을 3년 만에 재개하며 해외시장 확대 속도에 불을 붙였다.
매운맛 열풍에 힘입어 ‘열라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매운맛을 선호하는 멕시코의 경우 열라면을 △소고기 △새우 △해물 △치킨 등 네 가지 맛으로 새롭게 선보이며 남미의 매운맛 잡기에 나섰다. 열라면 4종은 미국에도 출시 예정이다.
‘보들보들 치즈라면’은 오뚜기가 10여 년간 글로벌 수출 전용으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으로 꾸준히 매출 성과를 일궈내며 대만, 홍콩, 중국, 필리핀, 미국 등 3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용 볶음면 2종 출시(2022년 4월 미국, 2023년 10월 중국) 및 수출용 컵면 출시(2023년 2월 중국, 12월 대만) 등 현재 총 6종의 수출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오뚜기, 라면 수출 70개국 확대 목표로 K-라면 열풍 이어가
올해 오뚜기는 라면 수출국을 전 세계 65개국에서 70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오뚜기의 주요 라면 수출국으로는 △중국 △필리핀 △대만 △미국 △일본 △호주(2024년 8월 매출액 순서) 등이 있다. 2위인 필리핀은 2023년 2위였던 대만을 뛰어넘으며 라면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주목할 곳은 베트남이다. ‘오뚜기 베트남’은 영업과 제조가 동시 출범한 첫 해외 법인으로 2018년 준공 이후 다양한 오뚜기 라면 제품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64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물볶음면’ ‘돼지갈비 짜장라면’ 등 현지인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은 물론 베트남 MZ세대를 겨냥한 ‘오빠라면’ 시리즈 4종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띈다.
현지 유통 채널 구축 통해 새로운 판로 확보 강화
현재 오뚜기가 글로벌 시장 강화를 위해 주력하는 부분은 현지 유통 채널 확보다. 해외 유명 식품전시회에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역별 주요 유통점을 비롯해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회사까지 현지 상황에 맞는 유통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진라면이 K-라면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현지 프로모션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과 할랄 시장 선점도 중요한 과제다. 최근 라면 시장은 기존 아시아 국가를 넘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거기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할랄 시장까지 감안하면 K-라면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라면 시장이 2026년 527억 달러(약 69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뚜기 라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K-푸드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고객의 니즈 또한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현지 전략으로 새로운 OTOKI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