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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北-러 조약’ 수차례 강조…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 위협

입력 | 2024-10-26 01:40:00

[北, 러시아 파병]
푸틴 “상호 군사지원 때되면 결정”
“우크라가 나토와 협력해 도움 받듯, 북-러 상호 지원 주권적 결정” 주장
“파병 정당성 확보위한 발언” 분석… 우크라 “北 1만2000명 러서 훈련”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 지원을) 결정할 때가 오면, 우리가 주권적으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해당 조약을 언급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군 파병이 정당한 행위임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풀이되나, 유사시 러시아도 한반도에 파병할 수 있다는 걸 공개 천명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 공조를 재확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한반도에도 긴장감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전쟁을 2년 이상 이어오면서도 북한 핵 비확산엔 서방과 공조해 왔지만, 이번 파병을 계기로 ‘최후의 보루’마저 넘어설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세계 핵 비확산 체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북-러 군사 협력, 주권적 결정”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러 조약에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한 제4조를 이틀 내내 언급했다. 그는 25일 국영 로시야1 방송에서 “이건 우리의 주권적 결정”이라며 “우리가 무언가를 사용할지, 어디서 어떻게 필요로 할지,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에 사용할지는 우리의 문제”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24일부터 북-러 조약을 언급한 건 당일 오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조약 비준이 끝나길 기다렸단 해석이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군사 협력이 조약에 기반한 주권 사항이라 말해 왔다”며 “더 이상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자국 안보를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을 받듯 러시아도 북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단 논리다. 진행자인 올가 스카베예바가 “대통령 발언으로 미 워싱턴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어떤 폭발인진 모르겠지만 파편이 멀리 가진 않았다”고 농담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별군사작전’으로 이웃 국가와 협력하는 건 스스로 결정할 문제란 논리”라고 설명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전쟁 가능성이 있을 때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이 된다”고 짚었다.

국내 외교가에선 “러시아가 빠져나갈 구멍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파병을 부인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훈련이나 경험 전수’를 언급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 “러 군용기, 북에서 모스크바로”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최전방인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배치돼 이르면 27일 전쟁에 투입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25일 “탄약을 비롯해 침구, 의류, 신발 등과 매달 화장지 50m, 비누 300g이 북한군에 배급됐다”고 밝혔다.

HUR에 따르면 북한군 약 1만2000명은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울란우데, 예카테리노슬랍스카, 크냐제볼콘스코예, 세르게옙카 등 5개 군사 훈련장에서 훈련받고 있다. 북한군 훈련은 유누스베크 옙쿠포르 러시아 국방차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옙쿠포르 차관은 제1, 2차 체첸전쟁 등을 이끈 ‘전쟁 베테랑’이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한군은 꽤 양호한 응집력과 사기를 갖췄을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군 파병으로 국제사회 질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NYT는 24일 “북-러 군사 동맹이 강화되며 북핵 문제를 둘러싼 공조가 무너지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인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최대 436명이 탈 수 있는 러시아 특수비행편대의 군용기가 23일 밤 북한 황주 공군기지를 출발해 24일 오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아이뉴스는 “북한의 추가 병력 등을 이송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