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 북한 경제력으로 ‘특수부대 20만 명’ 양성 불가능… ‘게임 체인저’ 어불성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좀처럼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은폐된 나라 북한과 관련한 대표적 오해가 북한군 특수부대에 관한 것이다. 이 같은 오해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다는 이른바 ‘폭풍군단’에 대한 과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가 심은 북한군에 대한 오해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특수부대원들. [뉴스1]
흔히 북한군 특수부대로 불리는 병력은 오늘날 ‘특수작전군’이라는 독립군종 산하 부대들이다. 북한 특수부대는 6·25전쟁 이후 창설된 제17정찰여단이 시초다. 1968년 특수작전부대로 지정된 이 부대는 같은 해 청와대 습격사건에 투입된 제124군부대와 또 다른 특수부대인 제283군부대를 흡수해 이듬해 ‘특수 제8군단’이라는 이름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 부대는 1983년 ‘정찰국’과 ‘경보교도지도국’으로 분리 개편됐다가 1991년 제11군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제11군단은 대외적으로는 ‘제630대연합부대’ 또는 ‘제465군부대’로 표기되며, 북한 내부에서 부르는 별칭이 바로 ‘폭풍군단’이다. 그리고 여기에 해군 해상저격여단과 공군 항공저격여단, 독립 작전부대인 제525특수작전대대와 제41상륙돌격대대가 더해져 특수작전군을 구성한다.
북한 특수부대는 임무에 따라 저격·경보병·항공육전·해상저격·항공저격·상륙돌격·산악 등 7개 종류로 나뉜다. 폭풍군단에는 3개 저격여단, 4개 경보병여단, 3개 항공육전여단이 편제돼 있다. 이와 별개로 해군에 2개 해상저격여단과 1개 상륙돌격대대, 공군에 2개 항공저격여단이 존재한다. 북한군 특수부대는 구체적으로 무슨 임무를 맡을까. ‘저격’부대라는 말은 저격용 총기로 원거리 정밀 사격을 수행하는 ‘저격수(sniper)’가 아니라 소총수를 의미하는 러시아어 ‘스트렐코비(стрелко′вый)’에서 유래했다. 한국 특전사, 미국 그린베레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들은 후방 타격 전문 침투작전부대로,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벼락’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바 있다. 경보병부대는 말 그대로 경보병(light infantry)으로, 한국군으로 따지면 특공여단, 미군 레인저연대 정도의 포지션이다. 한국군 특공여단이나 미군 레인저연대가 헬기와 차량을 이용해 고속 침투하는 전술을 쓰는 것과 달리, 이들은 최소 무장을 갖추고 적 후방에 도보로 침투해 교란 작전을 수행한다. 빠르게 치고 빠지라는 의미에서 김정일은 이 부대에 ‘번개’라는 칭호를 줬다. 항공육전병은 항공기로 적진 후방에 침투하는 공수부대(paratrooper)다. 러시아 공수군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차이도 크다. 러시아 공수군이 대형 수송기를 통해 장갑차까지 적진 후방에 낙하하는 것과 달리, 북한 항공육전병은 그저 비행기를 타고 적 후방에 내려 경보병 임무를 수행한다.
北 특수부대 20만 명? 제대로 양성하려면 GDP 25배 쏟아야
해군·공군 소속 특수부대인 해상저격병과 항공저격병은 폭풍군단 예하 저격여단이나 항공육전여단과는 성격이 다른 별개 부대다. 해상저격병은 잠수정·반잠수정 등 침투 수단을 타고 적 후방 해안에 들어가 시설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한국군 UDT/SEAL과 같은 병종이다. 항공저격병은 항공기를 타고 적 후방에 들어가 주로 비행장·레이더기지 등을 타격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집권 이후 여러 차례 열병식과 훈련 시찰을 통해 특수부대들을 미디어에 자주 노출해왔다. 특히 북한 매체가 보도하는 영상과 사진 속 특수부대원들은 북한군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현대적인 장비를 갖췄다. 이 때문에 북한 특수부대가 정말 일당백의 최정예 요원들로만 구성됐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그러나 특수전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다면 북한이 미디어에 노출한 폭풍군단과 주요 특수부대들이 얼마나 엉성한 ‘아마추어’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많은 언론이 “북한은 2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를 보유한 나라” “특히 그중에서 6만 명은 고도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최정예 전력”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는 특수작전 요원 1명 양성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지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무지의 소산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 기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 수준’을 갖춘 특수부대원 1명을 키우기까지 못해도 4~5년의 시간과 200만~300만 달러(약 27억6000만∼41억5000만 원)의 돈이 들어간다. 물론 이는 해당 요원을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계산한 것이지, 직업군인으로서 급여나 수당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특수부대원을 20만 명 양성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4000억~6000억 달러(약 553조7000억~830조 원)가 들어간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2조3201억 원 정도로 서울 영등포구 지역총생산(2021년 기준 약 44조 원)에도 못 미친다. 북한이 제대로 된 특수부대원을 20만 명이나 유지하려면 매년 자기네 GDP의 25배 이상을 쏟아부어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디어에 노출된 북한 특수부대의 모습을 자세히 뜯어보면 특수부대는 고사하고 민간 동호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심한 수준이다. 특수부대원이라고 할 만한 전문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가령 열병식이나 김정은 시찰 훈련에 등장하는 특수부대원 중에는 플레이트 캐리어(plate carrier), 즉 방탄조끼를 제대로 입은 경우가 거의 없다. 플레이트 캐리어는 주요 장기와 급소가 몰린 상복부와 쇄골 사이에 방탄 플레이트가 위치하도록 올려 입어야 한다. 북한 특수부대원 중 그렇게 제대로 장비를 착용한 인원을 찾아볼 수가 없다. 기본적인 방탄복 착용법도 모른다는 얘기다. 게다가 플레이트 캐리어에 방탄 패널이 삽입돼 있지 않아 헐렁거리는 모습마저 종종 보인다. 임무용 장비도 엉망진창으로 붙어 있다.
北 관영매체에 노출된 ‘특수부대’의 한심한 작태
우크라이나군이 10월 18일(현지 시간) 공개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모습. [우크라이나군 페이스북 캡처]
공수부대의 적 후방 침투 임무라면 각 대원이 개별적으로 항공기에서 점프해 자세를 잡고 낙하하는 ‘HAHO’ 또는 ‘HALO’ 방식을 써야 한다. 당시 북한 항공육전병들은 초보자 강하 훈련을 할 때나 적용하는 ‘Static line jump’ 방식으로 수송기에서 뛰어내렸다. 이 방식은 초보자가 겁에 질리거나 당황해 낙하산 개방 타이밍을 잡지 못할 것에 대비해 쓰는 것이다. 낙하산 개방 고리를 아예 항공기 낙하장치에 연결해 점프 3~4초 뒤 자동으로 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런 강하 방식을 썼음에도 북한 최정예 항공육전병들은 낙하산 자세를 제어하지 못해 공중에서 서로 엉겨 붙어 함께 추락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이런 황당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지상에 착지한 대원들도 ‘전술’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대포식 총기 난사와 돌격 장면을 보여줬다. 이들이 얼마나 훈련되지 않은 오합지졸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무늬만 특수부대인 폭풍군단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2023년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 국경경비 임무에 순환 배치됐다.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경비대가 외부 유입 인원과 탈북자를 막지 못하자 내려진 특단의 조치였다. 이들은 3년 동안 국경 초소에 보초를 서면서 주민들을 약탈·탄압하며 보냈다. 예산·물자 부족으로 평시에 제대로 훈련도 못 받은 이들이 최근 몇 년 동안은 보초 임무에 투입됐다. 이런 병력이 과연 특수부대라고 부를 만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폭풍군단이 싸울 전장인 쿠르스크·돈바스 지역은 북한 군인들이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이질적 환경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차디찬 진흙탕 때문에 괴사한 발이나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참호족, 여름에는 오염된 물로 인한 수인성 전염병이 폭풍군단을 괴롭힐 것이다. 북한군이 전투임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막대한 비전투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이들을 이끌 지휘관은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 러시아군 장교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1만2000여 명의 폭풍군단이 우크라이나 전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어불성설’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6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