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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창업이 기업가-투자자 배만 불린다?

입력 | 2024-10-28 03:00:00

유니콘 추구하는 창업
사회-환경 문제 유발
이해관계자 이익 포괄하는
책임 있는 창업 신념 필요




21세기 초 이후 전 세계적인 창업 열풍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 발굴을 목표로 삼아왔다. 창업의 목표가 곧 유니콘 발굴이란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창업이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짧은 기간 안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그 결실이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당연하게 여긴다. 퀸즐랜드대와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진은 현재 창업에 대한 이해가 전 세계 금융화와 연관된 특정 이념에 기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창업을 개별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만 연결하는 신념을 ‘신자유주의 창업 이데올로기(Neoliberal Entrepreneurial Ideology·NEI)’라고 명명했다. 이 신념 탓에 전 세계적인 창업 열풍이 수많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그 대안으로 ‘책임 있는 창업 이데올로기(Responsible Entrepreneurial Ideology·REI)’를 제안한다.

1970년대 서구에서 경제 호황이 둔해지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화 현상이 생겨났는데 NEI는 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경제에서 금융 활동이 중심이 되자 창업 또한 역시 금융의 논리로 해석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고위험, 고수익을 좇는 벤처 투자를 통한 창업이 일반화하기 시작했다. 신생 기업의 단기적 고속 성장과 이를 견인할 지역 확장, 기업가와 투자자의 사적 가치 창출 극대가 창업의 목표로 여겨졌다. 자동화로 인한 실업 문제 등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몰기도 한다.

이에 반해 REI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소외 지역에 초점을 맞춘 혁신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혁신의 가치가 기업가, 창업가를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 차원에서 평가되고 분배된다. 따라서 창업의 목표는 기업과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며 외부효과 또한 기업이 발생시키는 부가적인 가치 중 하나로 여겨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주장한다.

연구진은 NEI와 REI가 상호 모순되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본다. 단기 고속 성장과 장기적인 지속가능 성장은 서로 배치되는 특징을 갖지만 혁신을 통한 온전한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두 가지 성장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 NEI와 REI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창업 생태계 전반에 ‘인센티브’와 모니터링 측면에서의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주장한다.

예를 들어 차등의결권, 유한책임회사 등 창업가와 투자자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하는 인센티브와 특허 출원 등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재산권 등 새로운 인센티브와 ESG 공시, B콥 인증 등 모니터링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김선태 존스홉킨스대 케리경영대학원 조교수 suntae.kim@jhu.edu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