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쪽이 이기는 게 아니다. 볼을 떨어뜨린 쪽이 진다.일본 배구 만화 ‘하이큐!!’에서 네코마고를 이끄는 네코타마 야스후미 감독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하이큐 그러니까 배구(排球)는 공을 코트에 떨어뜨린 팀이 지는 스포츠입니다.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디그 중인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 부문 2위(3891개)인 최부식 대한항공 코치(46)와 비교해도 1328개가 많은 기록입니다.
물론 디그에 실패해 상대 팀에 점수를 내줄 때도 있습니다.
디그 실패(998개)를 제외하면 여 코치는 4221점을 막아낸 셈이 됩니다.
삼성화재 선수 시절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와 박철우 KBSN 해설위원.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결국 박 위원이 스파이크를 때려 얻은 점수는 3534점으로 여 코치가 막아낸 점수보다 687점이 적습니다.
레오 역시 공격 득점 5261점, 상대 블로킹 680개, 공격 범실 785개로 3835점을 보태 여 코치가 막아낸 점수에 미치지 못합니다.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상대 서브를 받는 장면. 현대캐피탈 제공
또 여 코치가 출전한 정규리그 625경기에서 팀은 425승(200패)을 거뒀습니다.
이 역시 V리그 역사상 선수 개인 최다승 기록입니다.
요컨대 누군가 ‘V리그 남자부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여오현’이라는 세 글자가 정답에 가장 가까웠던 것.
여오현 IBK기업은행 코치가 현대캐피탈 선수 시절 600경기 출전 기념 행사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는 모습.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 바람에 팬들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코트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현대캐피탈이 여 코치를 아주 잊은 건 아니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2024~2025시즌 안방 개막전에서 여 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V리그 역사상 최고 선수에서 초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여 코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