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극복 그린 조해진 ‘빛과 멜로디’ 한강이 수상 직전에 읽은 책 재조명 趙 “큰 상 받고 고요한 한강의 모습 세계시민으로, 작가로 본받고 싶어”
최근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를 펴낸 조해진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읽고 나도 누군가에게 살고 싶은 마음을 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는 독자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감사했다”고 말했다. ⓒ신중혁 문학동네 제공
“한강 선생님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꿈 같은데, 그분 한마디에 제 책이 재조명돼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 조해진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그가 올 8월 펴낸 장편소설 ‘빛과 멜로디’(문학동네)는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 직전 인터뷰에서 최근 읽은 책으로 꼽아 주목받았다. 실제로 노벨상 발표 직후 예스24에서 이 책의 일주일(10∼16일)간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에 비해 138.9% 늘었다. 한강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너무 밀물 같은 축하에 약간 지칠 수도 있을 것 같아 축하 메시지만 보냈다”며 “큰 상을 받고도 인기에 부합하지 않고 고요하게 지나가는 모습, 세계시민으로서의 모습도 후배 작가로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빛과 멜로디’는 전쟁과 이를 극복하는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일면식도 없는 전쟁 난민들에게 대가 없이 숙식을 제공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등장한다. 조해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시대 전쟁을 바라보며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문학으로 증명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탈북인의 삶을 조명한 ‘로기완을 만났다’(창비), 해외 입양과 기지촌 여성 문제를 다룬 ‘단순한 진심’(민음사)을 통해 사회적 소외계층의 삶을 꾸준히 그렸다.
조해진은 “난민에게 대가 없이 자기 집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살릴 때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제일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토렉스의 이야기는 난민 식구를 받기 위해 새 커튼을 달고 집 안을 꾸미는 인물들로 작품에서 그려졌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점점 잊히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아예 전쟁이 있든 말든 거의 망각되고 있다. 전쟁 탓에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줄이고 물가가 올랐다고 비난하기도 한다”며 “폴란드 국경도시가 처음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이제는 거의 비어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 작품이 다가갔으면 좋겠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는 난민 문제에 폐쇄적인 편이 아닌가 싶어요. 난민 인정 비율도 낮고, 여론도 좋은 편이 아니죠. 대만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났다는 가정하에 대만 피란민을 받아주는 한국인이 많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좀 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