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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부진-트럼프 강세에 환율 1400원 눈앞… 이창용 “환율이 다음달 금리 결정 새 변수”

입력 | 2024-10-28 03:00:00

원-달러 환율 이달 6.19% 급등
“트럼프 당선땐 1450원 갈수도”




국내 수출 부진과 미국 경제의 강세로 인한 강달러 효과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환율이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상 밖의 환율 급등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환율이 금리 결정에 새로운 변수가 됐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25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62% 높은 1388.7원(오후 3시 30분 기준)까지 올랐다.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달 초와 대비해서는 6.19%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 한은의 ‘주요국 통화의 대미 환율(41개국)’에 따르면 원화 가치 하락률은 이달 들어 일본의 엔화(―6.25%) 외에 가장 컸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외로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9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기준금리 5.0%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때까지만 해도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7월 초 1390원대였던 환율은 9월 말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고용 지표 강세 등으로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자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까지 동반하면서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8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에 104 선을 뚫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자산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의 수출 부진도 환율 급등에 기름을 부었다. 올해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3분기(7∼9월) 들어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피에서도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약 3조2600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외환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상승 추세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지난 전고점(1400원)을 넘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진옥희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 당선 시 환율이 최대 14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미 대선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 상승세가 조금 꺾일 것”이라고 했다.

급등세를 보이는 환율은 한국은행 통화 정책의 주요 변수로도 떠올랐다. 이 총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11월 금리 결정에 고려 요인으로 포함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