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한류, K-헤리티지로] 〈6〉 생활가전-배터리 1위 LG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헤리티지… “무슨 일하든 고객 존중 의지 담아” 구인회 창업주 “국민 필요한것 우선”… 가전-생필품 등 국내 첫 생산 행진 배터리 등 경쟁에 대응할 ‘가치’로
14일 경기 이천시 LG인화원 역사관. 이곳 1층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구인회 창업회장 흉상과 함께 바로 아래 놓인 어록패가 눈에 띈다. 구 창업회장이 LG그룹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해 출시한 화장품 ‘럭키크림’을 판매할 때 한 말이다. 하자 있는 제품을 고객에게 파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그의 단호한 의지였다.
1947년 창립부터 현재까지 LG그룹의 발자취를 한데 모은 역사관은 ‘고객을 향한 집념’이라는 LG 헤리티지의 보고(寶庫)다. 무엇이 국민, 고객을 위한 진정한 가치일까 끈질기게 고민하는 집념이다. 구 창업회장부터 구자경 회장, 구본무 회장, 구광모 대표 등 4대에 걸쳐 LG가 내놓은 ‘최초’ 기록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 최초의 라디오·선풍기·냉장고…‘일상의 최초’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구 창업회장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출범시킬 당시의 설립 정신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LG는 전쟁으로 생필품이 부족한 한국에 칫솔, 빗 등 국내 최초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며 나무 용품을 주로 쓰던 국민들의 일상을 바꿔 나갔다.
● 회의실마다 ‘고객의 자리’ 비워 둬
1970년 구자경 회장이 2대 회장에 취임하며 LG의 고객 중심 경영은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구자경 회장은 당시 주로 쓰이던 ‘소비자’라는 말 대신 ‘고객’이란 호칭과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대상이 아닌 ‘신경 쓰고 관리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경영이념도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라고 새롭게 정립했다.
구자경 회장은 또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업공개를 추진하며 투명 경영, 자율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주요 계열사들을 주식시장에 공개한 시기도 이때다. LG 모든 계열사 회의실마다 한 자리씩 비워 두는 ‘고객의 자리’도 구자경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LG 관계자는 “고객의 자리는 지금도 이어져 오는 전통”이라며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고객을 생각하고 모든 회의에서 고객 의견을 최고로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 불확실성 극복할 차별적 가치 발굴 중
글로벌 생활가전, 배터리 등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선 LG는 최근 미중 갈등과 경기 침체, 인공지능(AI) 산업의 부상 등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상황이다. 가전 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 주자들의 도전과 소비 주기가 길어지며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역시 시장 수요가 급변하고,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1등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LG는 다른 그룹보다 고객이라는 가치에 집중하며 다른 기업들이 발굴해 내지 못한 수익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며 “고객가치 경영이라는 구심점을 잃지 않으면 AI든 전기차든 새로운 분야에서 남들보다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천=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