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146만명… 역대 최고 비중 다른 연령대 비해 증가세 두드러져 양질 일자리 부족-경력직 선호 영향 “고용 활력 저하-생산성 정체 우려”
3년 전 대학을 졸업한 전모 씨(29)는 일주일에 세 번,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퇴근 후와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채용공고를 살펴보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면접을 준비한다.
전 씨는 올 9월까지만 해도 콘텐츠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계약 만료 두 달을 앞두고 제 발로 회사를 나왔다. 그는 “반복되는 야근과 스트레스로 몸이 아플 때도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길래 관뒀다”며 “시급도 적지 않고 제때 퇴근할 수 있는 지금의 일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견기업으로 취업을 시도해 보고, 안 되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 20대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20대 근로자는 1년 전보다 13만9000명(3.9%) 줄어든 33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8월 기준으로는 2014년 8월(334만4000명)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저출산으로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작년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으로 이 연령대 고용이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 20대 비정규직은 전년보다 3만8000명(2.6%) 늘어난 146만1000명이었다. 20대 전체 근로자 10명 중 4명(43.1%)꼴로, 이 비중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반대로 20대 정규직 비중(56.9%)은 역대 가장 낮았다.
2003년만 해도 20대 비정규직은 114만3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중 차지하는 비중은 29.6%에 그쳤다. 이후 2018년까지 30%대 안팎에 머무르던 이 비중은 2019년 38.3%까지 치솟았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섰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2019년 조사 방식을 바꾸면서 그간 ‘정규직’으로 분류돼 온 임시, 일용직 등이 새롭게 비정규직으로 포착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20대 비정규직의 증가세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도 특히 두드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 연령대에서 전체 근로자 대비 비정규직 비중은 2019년 36.4%에서 올해 38.2%로 1.8%포인트 늘었다. 반면 이 기간 20대 비정규직 비중은 4.8%포인트나 뛰었다.
● 계약직으로 사회 첫발 딛는 청년들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청년들이 비정규직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본격적인 취업에 앞서 비정규직으로 일 경험을 쌓는 경우도 많다. 중견기업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 씨(30)도 “3년간 회사를 다녔지만 경력직을 가긴 어려워 대기업 신입 공채에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회사를 다닌 경력이라도 있어서 신입 공채에 지원서를 들이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핵심 경제활동 인구인 청년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