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소장 수어통역’ 내년 도입 “방어권 행사-재판 준비에 도움” 중증 장애인 법원 채용도 추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앞으로 재판에 넘겨지는 청각장애인들은 수어(手語) 동영상으로 공소 사실을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공소장에 대한 수어 통역이 없어 농인(聾人·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2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예규를 개정해 내년 초 ‘공소장 수어통역’ 제도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장 사본을 송달받은 농인이 ‘장애인 사법지원 신청서’에 수어통역 등 원하는 사항을 표시해 재판부에 제출하면 재판부가 ‘법정통역센터’ 수어통역인에게 수어통역 영상녹화물을 제출하도록 한 다음 영상이 저장된 CD를 피고인에게 우편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농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더라도 재판부가 수어통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직권으로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국선변호인 등과 접견하기 전 미리 공소장의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피고인으로서의 방어권 행사와 재판 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7월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에 영상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정통역센터를 서울동부지법에 설치하고, 법률용어와 수어에 모두 전문성을 가진 수어통역인이 상주하도록 하고 있다. 올해 8월엔 수어통역사들을 상대로 전문적인 법률용어를 수어로 표현하는 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조치를 지난해 12월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장애인 권리 보장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법원행정처는 법원공무원 규칙을 개정해 내년부터는 중증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법원공무원 경력경쟁채용 전형도 실시할 예정이다. 조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23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선 ‘장애인 접근권’ 사건이 다뤄지기도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