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2021.10.21. 뉴스1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28일 남양유업의 현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와 남양유업-한앤컴퍼니간 주식매매계약(SPA)의 중개인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간 경영권 분쟁이 올해 1월 한앤컴퍼니의 승소로 마무리됐지만, 양측의 소송전은 이어지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 측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에 한 대표 및 함 사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홍 전 회장 측은 “이들은 홍 전 회장에게 남양유업 주식을 넘겨주더라도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정한 지위를 보장해줄 것처럼 기망했다”고 했다. 홍 전 회장의 주장은 이들이 고문직 등을 보장해줄 것처럼 제안서를 써줘서 비록 싼 가격이지만 한앤컴퍼니에 주식을 팔았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로부터 받은 고문직 위촉 제안서. 홍 전 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통의 오기찬 변호사는 “한앤컴퍼니가 홍 전 회장에게 이 같이 고문직을 보장해줄 것처럼 계속해서 행세해왔고, 이에 홍 전 회장이 속아서 한앤컴퍼니 측에 독점적 협상 지위를 계속해서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통 제공.
이에 대해 한앤컴퍼니 측은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홍 전 회장은 2021년 남양유업이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주장하다 논란이 되자 회장직을 사퇴하고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53%를 한앤컴퍼니에 매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사임을 하진 않았다. 이후 홍 전 회장은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 한앤컴퍼니와 소송전을 벌였으나 대법원이 지난 1월 ‘계약대로 주식을 팔라’고 판결했다. 이에 올해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떠났다. 지난 6월엔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에 “440억 원대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 현 경영진도 홍 전 회장 측을 소송으로 압박했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홍 전 회장의 주거지와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 8월 남양유업이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홍 전 회장 등이 약 200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다.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 현 경영진의 지난한 고소전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가 요원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1~6월) 남양유업의 매출은 478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3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억 원 더 늘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