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배우 유해진은 비트를 안 먹는다고 했다. “때가 쏙 빠질까봐”라서 란다. 최근 출연중인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아재개그’다.
하지만 선명한 자주색이 특징인 비트는 안 먹을 이유가 없는 채소다. 베리류, 견과류, 잎채소, 씨앗 등과 함께 이른바 ‘슈퍼 푸드’에 속한다. ABC주스의 B가 바로 비트다.(A는 사과, C는 당근.)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비트는 국내에서도 많이 재배하며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로 통한다.
비트는 매우 영양가가 높은 뿌리채소다. 비타민 B와 C, 미네랄, 섬유소, 항산화 물질이 특히 풍부하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성분은 항산화 물질이다. 항산화 물질은 신체에서 순환하는 분자로, 체내에서 생기는 유해 분자인 활성산소를 중화한다. 항산화 물질은 좋은 작용을 하는 분자, 활성산소는 건강에 해로운 작용을 하는 분자로 생각할 수 있다.
항산화 물질은 활성산소와 결합해 건강한 세포를 보호한다. 밝은 빨강, 주황, 보라, 파란색 음식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비트는 다른 빨강, 주황, 보라, 파란색 채소보다 활성산소를 두 배 더 효과적으로 중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 채소 10위 안에 속하는 식품이다. 항산화 물질은 여러 종류의 만성, 연령 관련 질환 예방에 영향을 미친다.
비즈니스 잡지 포춘에 따르면, 비트 특유의 자주색은 베타레인(betalain)이라는 천연 색소 때문이다. 이 색소는 항산화·항염증 특성이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트는 어느 정도의 항암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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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는 심장 및 대사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영국매체 서리라이브에 따르면 비트를 섭취하면 박테리아와 효소가 관련된 화학 반응을 통해 비트의 질산염이 아질산염으로, 그리고 다시 산화질소로 변환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어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식이 질산염의 가장 풍부한 공급원은 비트, 루꼴라, 그리고 시금치이다.
한 소규모 연구에 따르면 비트는 심박 수와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비트 주스를 마시면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을 2.73~4.81 mmHg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비트 주스를 음용할 경우 식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생화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10대 청소년들이 매일 70㎖의 비트 주스를 6일 동안 섭취한 결과, 운동 내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호흡곤란이나 피로로 인해 운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운동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지구력 운동(장거리 달리기, 수영 또는 자전거 타기)에서 작은 이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혈류 개선 효과가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영영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성인 4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씹어 먹는 비트 보충제가 기억 통합—즉, 새로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뇌의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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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 캠퍼스 약학과 교수인 시드니 맥퀸 교수는 “비트의 건강상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비트)보충제나 특별한 주스에 돈을 낭비하지 마시고 그냥 비트만 드시라”라고 포춘과 인터뷰에서 조언했다.
한편 비트는 생으로 샐러드에 첨가해 먹거나 통째로 즙을 짜내서 마시기도 하고 피클로 만들어 먹기고 한다. 비트를 양파 통마늘과 함께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도 훌륭한 음식이 된다. 말린 비트를 우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