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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 찾으려고” 핑계…새벽마다 사무실 서류 뒤진 수협 간부

입력 | 2024-10-28 12:07: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인천 한 지역수협 간부가 새벽마다 사무실에서 자신의 징계 관련 서류를 몰래 뒤지다가 적발돼 ‘징계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징계면직 처분무효 확인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8일 인천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김양희)는 지역수협 간부 출신 A 씨가 조합장을 상대로 낸 징계면직 처분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소송비용도 A 씨가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 씨는 2019년 3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 운동을 벌였다. 그는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21년 2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 씨는 1심 판결 후 수협중앙회가 자신을 감사한 사실을 알고, 같은 해 4월 2일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사무실에 들어가 감사 서류를 열람했다.

이때 직원 한 명이 A 씨를 발견했다. 이 직원은 1층에서 일하는 A 씨가 2층에 올라온 걸 수상히 여겨 회사에 보고했다.

회사가 사무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 씨는 2020년 8월부터 새벽 시간마다 총 59차례 2층 사무실에 들어가 휴대전화 플래시 불빛으로 곳곳을 살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면담에서 “소화제나 음료수 등을 찾기 위해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A 씨가 2020년 1월 19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총 45차례 고객과 임직원들의 개인신용정보 및 금융거래명세서를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회사는 A 씨를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 씨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회사는 형사 판결과 별도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A 씨에게 중징계인 징계면직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2021년 9월 징계면직을 정직으로 바꿔 달라는 취지로 인사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그는 이듬해 3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수개월간 59차례나 (문서를 뒤진 행위는) 고의적이다. 원고가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진행 중 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으로, 동기와 행태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 행위만으로도 비위 정도가 극심해 징계양정이 징계 재량권의 한계를 이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