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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요구’ 논란에 의료계 내분 격화…임현택 의협회장 탄핵 위기

입력 | 2024-10-28 15:26:00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9.21/뉴스1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 사이에선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 탄핵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임 회장이 최근 온라인에서 자신을 비방한 회원에게 고소 취하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임 지도부도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다음 달 1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의협 대의원은 246명으로 3분의 1(82명) 이상이 동의하면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다. 현재 42% 가량인 103명이 불신임안을 발의한 상태다.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출석 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임 회장은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를 고소했는데, 임 회장이 고소 취하 조건으로 5만 원짜리로 1억 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실제로 돈을 내놓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사 상당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임 회장 취임 직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의협을 이끌었던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도 “(현금 요구는) 조폭이나 할 법한 범죄 행위다. 의협 전체 회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국민이 의사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집행부로는 의정갈등을 더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단체 대화방에서 ‘1억 원 요구’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임 회장에게 사실 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사면초가 상태가 되면서 의협은 법정단체로서 의사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22일 여야의정 협의체에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대한의학회가 참석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의협은 “현 시점에서 참여가 어렵다. 우려 속에서 응원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의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임 회장은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임시총회까지 불신임안이 부결되도록 최대한 대의원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집행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임 회장 이상으로 상황을 풀어나가기 쉽지 않다. 회장 교체는 오히려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