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상장, 철저한 현지화로 성공” 대시보드엔 불상 미끄러지지 않게 비포장 도로 많아 바닥도 2cm 높여 저가모델도 후방카메라 달아 ‘감동’
23일(현지 시간) 올해 초 완공된 인도 하리아나주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 내부 전경. 4만9587㎡에 이르는 부지에 총 두 개 동으로 건설된 신사옥에는 8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구르가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인도가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략은 쉽지 않았다.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 인도에 진출한 포드는 25년 만인 2021년 철수를 선언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수익성 악화로 2017년 인도 시장에서 물러났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현지 문화와 환경 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폈다. 세단 위주였던 1998년, 인도 차량 전고(차량 높이)는 대부분 1500mm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과감히 바꿔 차량 높이를 6cm 높인 현지 전략형 경차 ‘상트로’를 그해 출시했다. 머리에 약 10cm 높이의 터번을 착용하는 현지 시크교도인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존 차량들은 터번을 쓰고 탑승하면 차에 걸려 벗겨지기 일수였지만 현대차는 이 문제를 해소했다. 상트로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는 1999년 시장 점유율(전체 판매량 기준) 10.9%를 달성했다.
23일(현지 시간) 연 3000대 이상(2023년 368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현대자동차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의 딜러숍 ‘트라이엄프(Triumph) 현대 구르가온’ 앞에 현지 수요가 많은 크레타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시돼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크레타에는 인도인들이 차량 내부에 복을 비는 불상 등 신상(神像)을 올려놓는다는 점도 반영했다. 차량 대시보드에 불상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논슬립 패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불상을 올려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인도인들의 문화를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인도의 대기질 지수(AQI)가 서울의 5배인 300을 넘기는 곳이 많다는 점도 감안했다. 2020년 현대차는 오염도가 높은 현지 대기질을 고려해 크레타에 팔걸이 일체형 공기청정기를 부착했다. 다른 브랜드들은 통상 5000만 원대 이상 고급 차종에 공기청정기를 적용했는데 2000만 원대 차량에 공기청정기를 탑재한 것은 사실상 현대차가 처음이다.
구르가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