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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의 인생홈런]원조 ‘어펜져스’ 원우영 “수영 발차기로 발목 강화”

입력 | 2024-10-28 23:06:00

원조 ‘어펜져스’ 원우영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팀 코치가 손가락으로 칼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오상욱이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4명(오상욱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이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어펜져스’ 이전 남자 사브르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건 파리 올림픽 남자 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 원우영 코치(42)다. 원 코치는 2006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이 종목 시상대에 섰다. 2010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역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쾌거였다. 그는 파리 그랑팔레 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올해 파리 올림픽의 경기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오은석 김정환 구본길과 함께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 코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펜싱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한 후 2015년 은퇴했다. 이후 소속팀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다 2021년 대표팀 코치로 복귀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그는 “대표팀 코치는 성적이 안 나면 바로 잘리는 자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선수 때 쌓은 기술과 철학을 후배들에게 직접 전달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코치’ 원우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칼을 썼다. 낮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펜싱 칼을 잡고, 저녁에는 요리용 주방 칼을 들었다.

펜싱 주요 대회는 대개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경기 후 한식을 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원 코치가 직접 요리사로 나섰다. 원 코치는 “한국에서 싸 들고 간 김치로 김치찌개를 만들고, 현지에서 구한 닭으로 얼큰한 닭볶음탕을 끓이곤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다시 소집되기 전까지 그는 밀린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첫째와 세 살 난 둘째 아이를 돌보는 게 일과다. 원 코치는 “펜싱은 원포인트 싸움이다.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육아 역시 원포인트 싸움이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며 웃었다.

은퇴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그는 건강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운동량이 많다. 그는 1 대 1일 레슨 형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하루에 4∼6명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한다. 발목 강화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종목 특성상 펜싱 선수들은 발목 인대 부상이 많다. 선수 생활 내내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수영 발차기가 발목 강화에 도움이 많이 된다. 쉴 때도 가동 범위가 나오는 데까지 발목을 꺾어 주는 동작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선수, 지도자로 많은 것을 이룬 그의 새 목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이어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에서도 후배들의 금메달을 돕는 것이다. 그는 “그때가 되면 나도 50세 언저리가 된다. 앞으로 두 번의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후 다음 목표를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