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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검사임기제, 공수처 압박에 악용 논란

입력 | 2024-10-28 23:21:00


“이들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연임은 조직 운영에 매우 긴요합니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읍소를 거듭했다. ‘이들’은 공수처의 이대환 수사4부장,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영선·최문정 검사를 가리킨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까지 연임안을 결재하지 않으면 3년의 임기가 끝나 공수처를 떠나야 할 처지였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임기 만료를 불과 53시간여 앞둔 이날 오후 6시 23분경에야 연임을 재가했다.

▷공수처 4부에는 세간의 관심이 큰 사건들이 여럿 몰려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마약 사건 세관 직원 연루 의혹 사건 수사 등 대통령 부부나 대통령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에다 ‘고발 사주’ 손준성 검사장 공소 유지까지 맡고 있다. 그런데 4부에 검사는 이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뿐이어서 차 기획관이 수사를 돕고 있다. 이번에 연임이 무산됐다면 평검사 1명이 대형 사건들을 도맡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기본 3년에 세 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연임을 하려면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적격 여부를 심의·의결한 뒤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들은 8월 13일 인사위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두 달이 넘도록 대통령실에서 연임안을 붙들고 있었다는 얘기다. 재가가 미뤄지는 동안 업무에 집중력이 떨어져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공수처 내부에서는 검사 임기가 너무 짧아 ‘임시직’이라는 말이 나왔다. ‘임기 3년에 연임 3회 가능’이라는 안은 2017년 10월 법무부가 내놓은 공수처 설치 방안에 등장한 뒤 법률에 반영됐다. 일반 검사는 정년까지 임기에 제한이 없고 7년마다 적격 심사만 받는 것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너무 권한이 큰 공수처가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법무부가 공수처법의 신속한 통과를 위해 이런 안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인력 수급을 어렵게 만들고 독립성을 취약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됐다.

▷현재 공수처 검사는 처장, 차장을 포함해 16명이다. 이달 말 1명이 그만둘 예정이어서 실제론 정원 25명 가운데 사실상 10명이 결원 상태다. 그런데 공수처가 지난달 요청한 검사 3명 신규 채용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재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수사를 여러 건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 연임과 충원을 자꾸 미루면 인사권을 무기 삼아 공수처를 압박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