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진범 소장
북한산국립공원은 대표적 도심공원으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자연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국민의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간 700만 명이라는 많은 탐방객이 방문하다 보니 법적으로 지정된 정규 탐방로 외에 수많은 샛길이 생겨나 생물의 서식 공간 축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샛길 이용 등 인간의 간섭이 심하면 생물의 서식공간인 비오톱(Biotope)의 파편화가 일어난다. 이는 일정 면적 이상 서식지를 필요로 하는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립공원공단에서는 특별보호구역을 지정해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의 인위적 영향으로부터 공원자원을 보전하고, 훼손된 자연의 회복을 위해 출입을 통제한다.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은 군사적 사유로 그간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뤄졌다. 2014년 탐방로를 제외한 전 구간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해 왔다. 우이령은 북한산국립공원 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숲 생태계와 삵 등 멸종위기야생동물의 서식이 확인됐다. 우이령은 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키(Key)를 지닌 역할을 수행해 주요한 핵심 축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9년부터는 국민에게 개방하고 생태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탐방객 수를 조정해 운영하는 탐방로 예약제를 운영 중이다.
시민과학자는 2014년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전국적으로 ‘국립공원 국민 모니터링단’을 모체로 하고 있다. 국립공원 계절알리미종(40종) 모니터링 등 자발적인 참여로 지속 가능한 자연보호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민과학자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자발적 봉사활동의 한 개념으로 부족한 조사 역량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산도봉사무소는 우이령 특별보호구역 내 인공새집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시민과학자들이 중심이 돼 탐방로와 산림 내 설치된 인공새집의 종과 산란율을 관찰하고, 탐방객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조류가 인공새집을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통해 탐방로 이용 압력(스트레스)을 분석한다.
이런 관찰을 통해 우이령길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경험은 현세대를 넘어 미래세대에게 생태계의 보전과 합리적인 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참여하는 시민과학자의 조그만 손이 내일의 자연을 보호하는 커다란 가치로 남기를 기대한다.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진범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