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상생활 마비 손목 증후군, 당일 수술로 잡는다!

입력 | 2024-10-30 03:00:00

| 인터뷰 | 강종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손바닥·손가락 저림, 감각 마비… 손목터널증후군”
“새끼손가락 쪽 손목 통증은 척골충돌증후군”




강종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사진 지호영 기자



어느 날부터인지 손바닥이나 1~4번 손가락에 힘이 없고 저린 증상이 심하다면? 여기에 더해 물건 잡기가 힘들고 손가락 저림 때문에 밤잠까지 설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증후군은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손목터널 안의 정중신경이 인대에 눌리면서 발생하는데, 과거에는 집안일을 많이 하는 중장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사용이 많은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인구의 4~5%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건강보험 통계상 보고된 발병 환자는 연간 약 17만 명 수준이다.  

손목터널증후군과는 달리, 새끼손가락 쪽 손목에 통증이 심하다면 척골충돌증후군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척골충돌증후군은 아래팔 손목 부분의 척골(자뼈)과 새끼손가락 뼈를 연결하는 수근골(손목뼈)이 서로 충돌하면서 연골을 닳게 하고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심해지면 손목을 돌리는 동작조차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이 같은 손목 증후군은 왜 발생하고 그 치료는 어떻게 이뤄질까? 또 손목 증후군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국내 수부외과의 명의이자 수부 미세수술의 대가로 알려진 강종우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강 교수는 대한수부외과학회와 대한미세수술학회의 수련교육 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아래는 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즉시 일상 복귀

손목터널증후군은 어떤 질환인가? 

“손목 바닥 쪽에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과 정중신경(1~4번째 손가락과 손바닥 감각을 담당하고 손바닥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손목터널이라고 한다. 어떤 이유로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횡수근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신경을 누르면 손가락과 손바닥의 감각이 무뎌지거나 저림 증상이 생긴다. 심하면 손 근육이 마르는(위축)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손목터널증후군이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은?

“손바닥과 1~4번째 손가락 쪽 바닥이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며 손 사용이 많은 날 더 심해진다. 밤 수면 중에 저린감이 심해져(야간통) 잠을 깨기도 한다. 손가락 근육이 마비되면서 물건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엄지손가락을 벌려 물컵을 잡기가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이 발생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은?

“손이나 손목의 장기간 과다 사용이 대표적 발생 원인이다. 주로 가사 노동, 식당 주방 일, 육체노동(목수, 공사장 인부 등)을 하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한다. 가사 노동을 오래 하는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도 많이 발생하며, 그 외에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젊은 사무직 근로자나 학생들에게서도 최근 발생률이 늘고 있다. 임신과 육아 등으로 생리적 호르몬 변화를 겪는 동시에 손 사용이 늘어난 젊은 여성에게서 발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는 어떻게 하나?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 안에 있는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생긴 염증(신경염)과 혈액순환 감소(허혈성 신경병증) 때문에 발생하므로 신경 혈액순환 개선 약물이나 신경 염증 억제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지만, 이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발생 초기에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는?

“저린감이나 감각 저하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거나 야간통증 때문에 수면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는 수술을 고려한다. 약물치료를 3~6개월 시행했는데도 증상에 개선이 없거나 손 근육에 마비가 발생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바로 수술을 한다.”

수술은 어떻게 하나?

“손목 바닥 부위에 약 1cm의 절개 창을 만들고 그 안으로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횡수근 인대를 절개하는 방식이다. 통상 국소마취로 가능하지만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시간은 총 3~5분 정도로 짧고 절개 부위가 작아 통증이 심하지 않다. 수술 후 바로 퇴원이 가능하며 즉시 간단한 일상 동작을 할 수 있다. 수술 2주 후에 봉합사를 제거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다만 수술 직후 손힘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늦어도 수술 후 3개월 안에는 손힘이나 감각이 대부분 회복된다.”

수술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수술 시간이 짧고 회복도 빠르지만 수술 부위에 정중신경이 있어 세심한 술기가 필요한 어려운 수술이다. 신경이 손상되거나 횡수근 인대의 불완전한 절개로 신경통, 마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수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영구적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말초신경과 손목터널증후군 치료를 주로 하는 수부외과 세부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을 것을 권한다.”




손목 사용 줄이고 스트레칭해야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오랜 시간 손이나 손목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효과적 예방법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평소 손가락과 손목을 늘여서 펼치는 스트레칭을 틈틈이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 외,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자주 쓴다면 두툼한 손목 쿠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사용 시에도 한 손을 쓰는 것보다는 양손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척골충돌증후군이란?  

“척골충돌증후군은 손목의 반복적이고 과도한 사용으로 손목관절을 이루는 척골(아래팔에 있는 두 뼈 가운데 새끼손가락 쪽 뼈)과 수근골이 서로 충돌하면서 그 사이에 있는 삼각섬유연골이 마모되거나 파열돼 손목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특히 서양인보다 척골이 더 긴 동양인에게서 발병 가능성이 크다.”




척골충돌증후군의 대표적 증상은?

“손목을 움직일 때 새끼손가락 쪽 손목관절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심해지면 문고리를 돌려 열거나 걸레 짜기와 같은 사소한 행동을 할 때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

척골충돌증후군의 원인은?

“과도한 손목 사용이 대표적 발생 원인이다. 특히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거나 주먹을 쥐고 손목을 돌리는 동작(문고리·운전대 돌리기, 망치질, 걸레 짜기 등)이 척골 충돌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척골이 길수록 같은 동작에도 충돌이 더 잘 발생한다. 동양인에게 이 증후군이 많은 이유다. 과거에는 손목 사용이 많은 장년층, 육체노동자에게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사용,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 테니스 등 손목 스트레스가 많은 취미를 가진 청년층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척골충돌증후군의 보존적 치료법은?

“증상이 경미하고 발생 6개월 이내인 경우에는 생활하면서 손목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한편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약물로 척수근 관절의 염증을 줄여주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척골충돌증후군, 수술 후 재활 필요

척골충돌증후군의 수술 대상은?

“증상이 발생한 지 6개월 이상 오래됐고,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 실패했거나 직업 및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경우, 향후 일상생활 및 직업 활동에서 손목 스트레스를 줄일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긴 척골의 길이를 줄여주는 척골 단축 절골술을 하는데, 수술하면서 손목 관절경을 통해 손상된 삼각섬유연골 복합체를 부분 절제하거나 봉합해준다. 수술 후 약 6주간 안정이 필요하며 2개월가량 재활치료를 하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업무 복귀 후 갑작스럽고 과다한 손목 사용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하고, 수술 후 6개월까지는 아대를 착용하는 등 손목 스트레스를 줄이며 보호해야 한다.”

척골충돌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손목을 꺾거나 돌리는 등 과도한 손목 사용을 삼가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업무를 수행할 때 손목 아대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컴퓨터를 많이 쓰는 직종이라면 손목 쿠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퇴근 후 또는 휴일에는 손목을 쉬어주며, 손목을 꺾거나 돌리는 동작이 많은 취미 활동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