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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아동의 목소리로 더 나은 미래 그린다

입력 | 2024-10-30 03:00:00

[나눔, 다시 희망으로] 세이브더칠드런×더바디샵
기후위기 대응 위해 모인 아동-청소년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
환경 교육 의무화 법안 마련 위해 더바디샵과 7개월간 서명 운동
중고교 찾아가 중요성 알려… “아동의 목소리가 변화 이끌길”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에게 서명을 전달하는 어셈블 김민재, 박주원 아동과 더바디샵 Youth 이준영 대표(왼쪽부터).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지구가 변하고 있다. 폭염, 가뭄, 폭우, 홍수, 이상 저온 등의 기후변화는 이제 빈번해졌다.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에 태어난 아동은 조부모 세대인 1960년생에 비해 평생 폭염은 6.8배 이상, 산불은 2배, 홍수는 2.8배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을 더 많이 경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문제로 학업을 중단하는 아동이 매년 3700만 명이 넘는다. 홍수와 같은 재난으로 학교가 문을 닫거나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내몰리는 등의 사례는 기후위기가 아동의 발달권에 심각한 위협임을 알 수 있다.

“기후위기는 아동권리의 위기입니다. 기후위기는 지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살아갈 아동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합니다.” 아이들은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데 가장 적은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미래를 이끌어갈 변화의 주체이기에 아동이 기후위기 논의 및 대응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은 거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아동의 참여권을 알렸다. 어셈블은 지구를 아티스트로서 ‘덕질’하기 위해 뭉친 아동·청소년 모임이다. 지구(Earth)와 모인다(Assemble)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의 기후위기 문제를 아동·청소년의 시각에서 살펴보고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2024 아동·청소년 기후위기 대중 인식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900명 가운데 대다수인 90.8%가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후위기 교육을 몇 시간 받았는지 조사한 결과 84.2%가 연간 1∼5시간 이내로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중 43.3%만이 교육에 대해 만족했으며 단 19.6%만 교육 시간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의 70.2%가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 기후위기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26호 ‘기후변화에 중점을 둔 환경과 아동권리’는 정확하고 아동이 이해하기 쉬운 환경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초·중학교에서의 환경 교육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환경 과목을 개설한 학교가 중학교는 7.9%, 고등학교는 31.7%에 불과해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환경 교육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어셈블 역시 아동·청소년이 주체적으로 기후위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올 2월부터 글로벌 비건 코스메틱 브랜드인 ‘더바디샵’과 함께 ‘지구를 위한 목소리’ 환경 캠페인을 펼쳤다. 더바디샵은 2022년부터 이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환경 문제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어셈블과 더바디샵은 지난 7개월간 환경 문제 인식과 아동·청소년의 중·고교 환경 교육 의무화에 대한 법안 발의 촉구를 위해 서명 운동을 펼쳤다. 시민 7만2942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해당 자료는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국민의힘)에게 전달됐다.

서명 전달식에 참여한 어셈블 김민재(18세) 학생은 “환경 교육은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참여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래 세대인 아동이 지구를 위해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 과목 개설과 필수화를 위한 법제화에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어셈블이 간다’ 기후위기 퀴즈쇼에 참여하는 을지중학교 학생들.

이와 함께 이들은 스쿨어택 프로젝트 ‘어셈블이 간다’를 진행했다. 어셈블 참가 아동이 직접 서울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전북 전주 등 전국 5개 중·고등학교에 찾아갔다. 이들은 학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가 아동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하고 기후위기 퀴즈를 진행하며 기후위기에 아동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와 환경 교육 의무화의 중요성을 알렸다.

‘지구를 위한 여름학교’ 단체 사진.

지난 여름방학에는 기후행동 실천을 위해 해변을 찾았다. 국내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로 알려진 안산 방아머리 해변과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아동과 시민을 대상으로 ‘지구를 위한 여름학교’를 열었다. 약 700명의 시민이 기후위기와 해양환경 관련 교육을 들었으며 바닷가 일대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현장에 마련된 재활용 스테이션에서 분리수거하거나 ‘우리가 바라는 바다’를 주제로 대형 컬러링 벽을 색칠했다.

어셈블 홍주하(14세) 아동은 “어셈블로서 직접 기획한 활동을 현장에서 실현한 모습이 뿌듯했다. 특히 더바디샵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직접 목소리 낼 수 있어서 뜻깊었다. 앞으로도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은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 활동에 함께할 수 있도록,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과 사회 변화에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과 더바디샵은 최근 기후위기신문 ‘어셈블 타임즈’를 창간했다. 아동·청소년이 일상 속 기후위기를 직접 취재하고 신문으로 제작하며 기후위기와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참여형 프로젝트이다. 9월 24일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을 맞아 공개한 창간호는 어셈블이 제작했다. 기후위기 소식부터 실제로 겪은 기후위기 피해, 아동의 시선에서 바라본 정책적 제안, 기후위기 대응 기업 소개 등을 아동이 직접 취재하고 작성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급 및 환경 동아리 등 2인 이상 단체나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개인 등 아동·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어셈블 타임즈의 기자가 될 수 있다. 신청은 어셈블타임즈 웹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