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입장 바꾼 교육부, 의대생 조건없는 휴학 수용 가닥

입력 | 2024-10-29 03:00:00

국립대 총장들 “자율 승인”에 긍정 검토
의대학장 모임-대한의학회가 내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전제조건
전공의 참여 거부… 반쪽 출범 가능성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방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28일 “의대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두 의사단체가 ‘조건 없는 휴학계 승인’을 전제로 여야의정 협의체 참석 방침을 밝힌 상황 등을 고려해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조건부 휴학 대신 조건 없는 휴학을”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는 28일 건의문을 발표하고 “의대생들이 개인적 사유로 제출한 휴학원을 대학별 여건에 맞춰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국총협은 의대를 둔 국립대 10곳 총장들의 협의체다.

총장들은 휴학계 자율 승인을 요청하면서 “지금 같은 의정 대립과 의대 학사 차질이 지속된다면 국민 건강을 책임질 의료 인력 양성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우려스러워지고 의대생들의 큰 피해가 예견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올 2월 의료 공백 이후 ‘휴학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교육부는 이달 6일 발표한 ‘의대 학생 정상화 비상대책’에서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조건부로 휴학을 승인하게 했다. 하지만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은 “올 2월에 낸 휴학계를 조건 없이 승인하라”며 버티는 상황이다. 이런 대치가 이어질 경우 대규모 유급이나 제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대학 재량으로 휴학계를 승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총장들의 요구다.

교육부는 총장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올 4월에도 국립대 총장들의 자율 감축 건의를 받아들이며 내년도 증원 폭을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줄인 바 있다.

● 여야의정 협의체 속도 날 듯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의학계 학회들의 모임인 대한의학회는 22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방침을 밝히면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같은 상황도 교육부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조만간 ‘대학 자율적 휴학 승인 허용’ 방침을 밝히면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주중 협의체 발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은 여전히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공의와 의대생 참여 없이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반쪽짜리 출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주요 종교단체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28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생 휴학 승인을 대학이 자율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2025학년도 정원은 학사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