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01일만에 뒤늦게 백서 공개 당내 “당시 악재 꼽힌 尹오만-불통… 총선 백서엔 언급조차 되지 않아” 당정 모두에 책임 ‘두루뭉술’… 백서 관계자 “초안 처절했지만 순화”
이에 당내에선 “야권에 192석을 내준 집권 여당으로 헌정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원인과 책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안 보이는 두루뭉술한 맹탕 백서”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백서를 추인했다. 한동훈 대표는 “평가는 백서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 당내 “참패 원인에 尹 책임 직접 언급 안 돼”
8가지 원인을 지적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백서는 의대 정원 이슈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모든 의제를 열어 놓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으나 결국 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도 “(당은)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고 적었다. 이에 여당 관계자는 “당시 총선 대형 악재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독단, 불통 등이 꼽혔지만 총선 백서엔 해당 단어들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8가지 원인을 설명하면서 김 여사 이름은 총선백서특위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부분에만 1번 등장한다. 김 여사 디올백 문제에 대해 백서는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라고만 한 차례 언급했다.
전략 부재 항목에선 한 대표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앞세워 선거를 치른 문제를 집중 비판했다. 백서는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 심판, 읍소 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조 심판론’을 들고 나갔을 땐 이미 여권 지지율이 떨어져 100석 획득도 어렵다고 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흐름이 백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백서 면담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지문 백서특위 위원은 “당정관계 현안에서 비대위원장의 입장을 개진해 줬으면 보다 심층적으로 백서 제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위는 김대기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한오섭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도 면담을 신청하고 서면 질문지도 보냈는데 답변을 받는 데 실패했다.
● 백서 관계자 “초안 통렬-처절했으나 순화”
앞서 백서특위는 한 대표가 후보로 출마했던 7·23전당대회 전 발간을 추진했고 나경원 원희룡 후보 등도 발간을 압박했으나 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연기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벌어지자 특위는 이를 백서에 넣을지 말지를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결국 백서에는 해당 논란에 대해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며 양비론으로 썼다.
백서특위 관계자는 “초안은 굉장히 통렬하고 처절했지만 최종안은 너무 자극적으로 쓰지 않으려 했다”며 “윤 대통령 책임을 너무 적나라하게 쓰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