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지훈련중 갑자기 지휘봉 선수들 기 살려주며 팀 다잡아 80년대생 첫 감독, 최정상 올라
이범호 KIA 감독이 2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확정한 순간 더그아웃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 있다. 이 감독은 사령탑에 데뷔 첫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광주=뉴스1
이범호 KIA 감독(43)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호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나던 1월 29일까지만 해도 팀의 타격코치였다. 그리고 2월 13일 호주 훈련지에서 갑자기 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전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되면서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구단 직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렇게 해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 탄생했다.
이 감독은 부임 후 선수단과의 첫 미팅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면 된다”고 했다. KIA라는 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었던 자신감 넘치는 취임 일성이었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쳤고 2011∼2019년엔 KIA에서 뛰었다. 선수 유니폼을 벗은 뒤엔 KIA에서 코치로 4년을 보냈다.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 해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부임 첫 시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프로야구 출범 원년인 1982년의 김영덕 OB 감독(1936∼2023)을 포함해 이 감독이 역대 6번째다. 이 감독은 KIA에서 선수(2017년)와 사령탑으로 모두 우승한 최초의 야구인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이 감독은 “감독의 팀 운영 방향성을 선수들이 완벽하게 이해해 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또 “내년 시즌에도 올해만큼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