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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총장 “러, 무기지원 대가로 北에 군사기술 줬다”

입력 | 2024-10-29 03:00:00

정찰위성 핵심기술 이미 제공한 듯
북한군, 최전선 쿠르스크 배치 확인
국정원 1차장 등 대표단 우크라 파견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나토에 브리핑을 한 우리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보 및 국방 당국자들과 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정보·군 고위 당국자로 구성된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으로부터 북한군 파병 동향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수백만 개 탄약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며 “그에 대한 대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기술(military technology)을 북한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했다고 나토가 공식 확인한 것.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이 핵심 군사 기술 중 하나인 군사정찰위성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韓대표단 우크라 파견… 尹 “북한군 전선투입 예상보다 빠를수도”
[北, 러시아 파병]
대표단, 우크라 무기지원 논의 가능성… 북한군 신문 역할 참관단 파견도 검토
尹, 나토총장-EU집행위원장과 통화… “北러 불법 군사협력, 엄중한 상황”
젤렌스키 “북한군 며칠내 싸울수도”

나토 총장 “북한군 쿠르스크 배치 확인” 28일(현지 시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브뤼셀=AP 뉴시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과 박진영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장 등 정보·군 고위 당국자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정보·국방 당국자들과 만나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히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일부가 러시아 본토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 배치됐다고 나토가 28일 공식 확인해 최전선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의 규모와 전장 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모니터링단의 우크라이나 파견 등을 논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나토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제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은 우리 정부가 정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의 ‘레드라인’이다.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당국과 공격용·방어용 무기 지원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 尹 “북한군 우크라 전선 투입 예상보다 빨라”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정보·군 고위 당국자 대표단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현지에 직접 가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 등과 만나 북한군 파병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현지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정원 분석관들이 관련 정보를 확인 및 추가 분석했고, 이어 18일 국정원은 북한의 대규모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나토를 방문한 홍 1차장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이 이번에 다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로 한 건 그만큼 북한군의 최전방 전투 투입이 예상보다 조기에 이뤄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속적인 개입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자 러시아 전쟁을 위험하게 확장(expansion)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이 며칠 안에 전장에 가세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곧 유럽에서 북한 군대와 싸워야만 할 수 있다”고 27일(현지 시간) 밝혔다. 러시아군이 최전선으로 북한군 병사들을 수송 중인 정황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러시아 헌병이 북한군을 태운 트럭을 멈춰 세웠다며 당시 감청 자료를 텔레그램에 올렸다. 이 감청 자료에서 러시아 군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인들의 이송을 돕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확인했다.

● 우크라에 정부 참관단 파견 검토

정부는 향후 우크라이나 현지에 국정원을 주축으로 한 참관단 파견도 검토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국정원과 군, 부처 차원에서 함께 파견 예산 문제부터 북한군 투항 시 귀순자로 볼 수 있을지 등 법적 문제까지 모두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보낼 수 있도록 모든 검토를 일단 해둘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참관단이 구성되면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조해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 전력을 탐색하거나 전술, 교리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탈영 시, 이들을 신문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