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일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진영이 모두 각각 승리를 장담하며 마지막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해리스 캠프는 7대 경합주 가운데 ‘블루월’을 잡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며,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트럼프 캠프는 내친 김에 경합주 7곳을 모두 석권할 수 있단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초박빙 구도가 펼쳐지는 상황이라 실제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두 캠프의 전략가와 여론조사 담당자 등 20여 명을 인터뷰해 내부 관계자들이 분석한 막판 판세를 진단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앞줄 오른쪽)가 28일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 헴록의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그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각국 반도체 기업을 지원해 중국과 맞서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을 문제삼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거듭 비판했다. 헴록=AP 뉴시스
● 해리스 “블루월 잡는다” vs 트럼프 “경합주 휩쓴다”
이에 해리스 후보의 마지막 승부수는 △‘트럼프=파시스트’ 위협 전략 △물가를 잡겠다는 약속 △낙태권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 잡기 등 세 가지에 맞춰졌다. 캠프에선 이 세 가지가 시너지를 내면 ‘아슬아슬해도’ 이길 수 있다는 낙관론이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후보는 그간 ‘다운독(약자)’를 자처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27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선 “오해하지 말라”며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트럼프 캠프는 압도적인 승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NYT는 “트럼프 후보 측은 선벨트 네 곳을 모두 잡고, 펜실베이니아도 이길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 일각에선 경합주 7곳을 모두 휩쓸 것이란 과감한 관측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트럼프 후보는 27일 진보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6시간 행사를 열었다. 또 선거 직전 마지막 주말엔 역시 민주당 텃밭인 뉴멕시코와 버지니아를 방문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캠프는 올해 대선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뉴욕 유세에서 “미국은 (불법 이민자들에게) 점령된 나라이지만, 앞으로 9일 뒤엔 해방의 날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엔 조지아주를 찾아 보수 성향이 강한 기독교를 믿는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왼쪽 세 번째)가 28일 이번 대선의 경합주인 조지아주의 파우더스프링스를 찾아 핵심 지지층인 보수 기독교도 공략에 나섰다. 이날 무대에 등장한 복음주의 개신교도 목회자들이 기도하자 트럼프 후보가 눈을 감으며 이를 듣고 있다. 파우더스프링스=AP 뉴시스
● 박빙에 “한 발만 삐긋해도 끝장”
물론 두 캠프 모두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며 “한 발만 삐끗해도 끝장”이란 극도의 긴장감이 팽배하다. 해리스 캠프는 남성 유권자에게서 잃는 표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단 불안감에 떨고 있다. NYT는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에 분노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에 대해선 다소 체념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두 캠프 모두 낙관론을 유지하며 지지자들에게 ‘승리’의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최근 전미자동차노조(UAW) 내부조사에서 그간 취약점으로 꼽혀온 저학력 남성들의 선호도가 트럼프 후보보다 13%포인트나 앞선 것에 무척 고무됐다.
트럼프 캠프는 역대 최대의 열기를 보이고 있는 사전투표 상황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애리조나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화당 유권자 비중이 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젊은 남성 부동층의 마음을 잡으면 대권을 거머질 수 있단 기대가 커지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