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NOW] 대전서 열린 와인 엑스포 주빈국… 세계 최고 스위트 와인, 토카이 223개 넘는 품종으로 와인 재배… 식문화 비슷해 한식 페어링 추천
가장 맛있는 해산물과 다양한 요리들은 서울에 있다는 말이 있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이 눈앞에 있어도 새벽 경매를 거쳐 가장 비싸고 좋은 품질의 해산물은 노량진시장이나 가락시장으로 올라오고,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해 완성도 높은 식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 업계에서는 매년 가을이 되면 이보다 치열한 에너지가 대전에 모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 와인 트로피(Asia Wine Trophy)를 비롯한 오가닉 와인쇼, 국제 와인 콘퍼런스 등이 진행되는 대전 국제 와인 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와인 트로피는 201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의 와인 품평 대회이다. 국내외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모여 3000개 이상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한 뒤 우수한 와인에 메달을 부여한다.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라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이 집중하고 있고, 최신 와인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헝가리의 대표 와인인 토카이 어수 와인.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헝가리라는 나라를 더 자세히 알아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지역별로 다양한 기후와 음식 문화가 있고, 외세 침략을 많이 받은 역사가 있어 민족성에 대한 자부심이 뚜렷하다. 그 자부심은 식문화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 헝가리를 대표하는 토카이 어수 와인이 생산되는 토카이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와인 생산지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장 문화 역시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와인 엑스포 주빈국으로 헝가리의 수많은 와인 생산자들은 대전을 찾았다. ‘고대 전통과 현대 장인정신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님빌리티 주관 킥오프 행사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만난 11종의 와인은 대부분 맛이 좋았다. 그동안 헝가리 와인에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 정도였다.
1000년 이상 된 와인 문화를 보유한 헝가리 와인은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헝가리 톨너주 팍스 지역의 와인 저장소 전경. 김유경 푸드디렉터 제공
킥오프 행사에서 만난 헝가리 와인 마케팅 에이전시의 국제 교류 담당 사무관 베러 쉬치벌라시는 한국인들에게 살면서 꼭 맛봐야 하는 와인 품종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바로 토카이 어수(Tokaji Asz´U), 푸르민트(Furmint), 켁프런코시(K´ekfrankos)다.
올해는 대한민국과 헝가리 수교 35주년이자 대전과 부다페스트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헝가리 와인 하면 토카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면 헝가리 와인의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한국인의 입맛, 식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헝가리 와인을 한국 음식과 페어링해도 무척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유경 푸드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