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빈손’ 회동 다음 날 나온 발언이어서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지금처럼 그대로 가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흔들림 없이 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설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지금껏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해 온 과정을 보면 “돌 맞아도 간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줄곧 연금, 의료, 교육, 노동의 4대 개혁을 강조해 왔다. 발언 빈도만 보면 4대 개혁 전도사라 부를 만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항이 있더라도” “선거에서 지더라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발언은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앞둔 지금까지 손에 잡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 없이 구조개혁의 당위성만 설파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양보-뚝심-소통 없는 말뿐인 구조개혁
“돌 맞아도 간다”는 건 뚝심 있게 추진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각종 정책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부동산·가계대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대출은 조였다 풀었다 반복했고, 이자는 시장 상황과 반대로 올려라 내려라 했다. 고금리의 유리한 환경 속에서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기는커녕 들쑤셔 놓기만 했다. ‘샤워실의 바보’ 같은 정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 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국민들이 믿기는 어렵다.
물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개혁도 있다. 의료개혁이다. 하지만 뚝심이라기보다는 아집에 가까웠다. 의료개혁은 공감대가 컸고 여론도 우호적이었지만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느라 고립을 자초했다. 처음엔 반대가 크더라도 소통과 설득을 통해 접점을 넓혀가는 게 개혁의 과정인데 정반대로 진행됐다. 비판과 저항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개혁을 하고 있다. 밀리면 안 된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돌을 맞는 것은 개혁의 과정이지 목표가 아니다.
IMF “개혁 성공의 요체는 정치 신뢰”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1996∼2023년 76개국의 상품·노동시장 개혁 사례를 분석해 개혁 성공의 조건을 추렸다. 결론은 정부와 제도에 대한 신뢰, 소통, 그리고 참여가 핵심이었다. 변화의 필요성과 정책 효과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정책 설계 초기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며, 구조개혁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