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왜 딴나라 위해 희생하냐며 北군인-주민들 사이 동요 확산돼 김영복 등 선발대 전선 이동 첩보 러, 북한군에 군사용어 100여개 교육”
미국 정부는 28일(현지시각) 북한이 약 1만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로 보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전선 인근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9월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 2024.10.29 평양=AP/뉴시스
러시아에 3000명 이상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북한이 장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차출 부대 병사들의 입단속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가정보원이 29일 밝혔다. 내부에서 파병 사실이 유출, 확산되는 것을 의식해 이같이 통제를 강화했다는 것. 국정원은 이러한 단속 조치에도 파병 소문이 확산돼 주민, 군인들 사이에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는 식의 내부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파병 사실을 노동신문 등 주민들이 보는 관영매체에선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에 따르면 이미 북한 당국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소문이 확산돼 동요가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파병에 대한 내부 불만이나 동요가 향후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기류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北, 파병 군인 가족 통제 위해 격리 정황”
앞서 23일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파병 군인 가족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모처로 집단 이주, 격리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기점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도 러시아 관련 소식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선전해 왔다. 하지만 파병 소식만큼은 전하지 않고 있다.
타국 전쟁터로 청년들을 내몬다는 식으로 주민들이 인식할 경우 돌아올 부담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파병 정황이 이미 적나라하게 알려진 25일에야 외무성의 러시아 담당 부상이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러한 일(파병)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 “김영복 등 선발대 전선 이동 첩보”
러시아 현지에서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도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러시아군이 ‘위치로’ ‘발사’ 등 북한군에게 러시아 군사 용어 100여 개를 교육하고 있다”면서 “북한군이 어려워한다는 후문이 있는 상태라 소통 문제의 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 CNN 등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파병된 북한군을 “빌어먹을 중국인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파병된 북한군 규모에 대해선 국정원은 “현재까지 3000명, 혹은 그 이상이 파병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당초 북-러가 1만900여 명을 파병하기로 한 만큼 추가 파병이 연말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 현지에 이른바 ‘참관단’ 파견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선 조태용 국정원장이 “북한군이 해외 파병을 해 전투를 치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우리가 북한군의 역량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투항·귀순할 경우 헌법상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받아줘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